지리다방

엄천강 횡설수설

산지골 | 774

지리산농부의 귀농이야기93/주간함양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길이 생기고 나서 전국에 둘레길 열풍이 불었다. 

바다를 보며 걷는 힐링로드 해파랑길, 충무공이 걸었다는 백의종군길, 북한산성 둘레길, 

인천 둘레길, 강릉 바우길, 토성산성 어울길, 태백산맥 문학 기행길......등등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각종 둘레길이 전국 방방곡곡에 생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전국을 일주하는 한반도 둘레길도 생길 기세다. 

둘레길이 생기면 외지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니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지리산 산골 마을에는 굳이 따로 만들지 않아도 걷기 좋은 길이 많이 있지만 

테마가 있는 길이 또 있다면 금상첨화다. 

지리산 둘레길은 일박이일에 방영되어 전국에서 많이 찾아오는데 

지역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나만 해도 지리산둘레길 코스 중 많이 걸은 길은 대여섯 번 걸었고, 

한번 걸어보고 좋았던 길은 몇 번씩 걷고 또 걷는다.


그런데 엄천골에 사는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엄천강과 관련된 숙원사업이 하나 있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막연한 아이디어로 

<엄천강을 따라 한바퀴 돌아 걷는 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로 시작되어 

<그래~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네~> <정말로 한번 만들어보자>는 말로 이어졌는데, 

유감스럽게도 십년 동안 말만 무성하고 진전이 없었다. 

 말로는 수 백리 길도 만들었지만 말이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결정적인 동기가 없었던 거다.


그런데 이제 엄천강 물길따라 걷는 길 만들기에 차고 넘치는 동기가 부여되었다. 

이번에 엄천강의 비경을 노래한 <화산12곡>이 

재야 한학자 이재구 선생에 의해 발굴되어 빛을 본 것이다. 

화산12곡은 엄천강의 명승 12곳을 말한다. 

구한말 선비 강용하의 문집에 수록되어 있던 <화산12곡>이 국립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는걸 

이재구 선생이 발굴하여 세상에 내 놓았는데 

엄천강이 이렇게 대단한 강인줄 나는 미처 몰랐다. 

오래 전 엄천강에 살았던 옛 사람들의 노래와 시 그리고 바위에 새겨진 각자까지 

엄천강 문화재가 한꺼번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중략>


오늘 이야기는 횡설수설이다. 

엄천강가에 살며 엄천강을 사랑하는 농부가 엄천강의 보물을 접하고 

너무 기쁜 나머지 흥분해서 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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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산유화 2017.03.05 06:08  
그래서 우리가 <화산 12곡>을 둘러볼 수 있도록
길을 만드는 겁니까?
함양군에서 한대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많은 사람들이 엉컹퀴 아우의 글을 읽고 옛어르신들께서 즐겼던 엄천강의 풍류를
우리도 한 느껴보고 싶네요.

산지골님의 활약 기대해도 되는 거죠?^^
산지골 2017.03.05 08:38  
함양군에서 하도록 바람잡으려고 합니다.
엉겅퀴님 정말 대단한 글을 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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