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사는 이야기<2>
출장이나 해외파견이 많은 업무상 노트북을 사용합니다. 노트북 때문에
온몸이 골병이 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안쓸 수 도 없고…
3시간 반의 시차가 있는 인도 일을 하다 보니, 퇴근 후에도 업무를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퇴근시 노트북을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요즘에는
월요일 아침에 가지고 출근을 했다가 금요일 퇴근 때 가지고 옵니다.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월요일 아침은 차가 막히는 것을 고려하여 5분 정도 빨리 나옵니다. 언제나처럼 <나무>에서
밥이랑 과일 다 먹고, 그릇은 싱크대에 넣어 놓고, 양치
잘하고, 전등 다 끄고, 늦지 않게 등교를 하라고 당부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미뇽>을 전철역에
내려주고, 출근을 합니다. 언제가 그렇듯이 월요일 아침에
고속도로 나들목 앞은 차가 많습니다. 톨게이트를 통과해서 고속도로로 들어서는데, 노트북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생각이 납니다. 아뿔사… 그냥 회사로 갑니다.
컴퓨터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다시 집으로 갑니다.
현관문이 열려 있습니다. <나무>운동화도 보입니다. <나무>는 없고 거실, 부엌, 방… 전등은 다 켜져 있습니다.
다시 현관으로 가니… <나무>의
크록스 슬리퍼가 안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가방이 보이지
않습니다. 집 근처의 친구 엄마가 아침에 학교에 태워주는데, 늦장을
부리다 허겁지겁 나간 모양입니다.
저녁에 <나무>에게
“전등도 안 끄고, 슬리퍼 신고 학교 갔지?”라고 물으니 아니랍니다. 아빠가 다 안다고 사실을 이야기 해라고
슬리퍼 신고 간 것은 맞다고 합니다.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전등은 끄고, 현관문은 닫고 갔다 합니다. 그래서, 아빠가 회사에 컴퓨터 안 가져가서 집에 왔었다고 하니, “아빠, 왜 그랬어?”랍니다.
…… “아빠가 정신이 없어서 그랬다”
그러니, 잘 하랍니다.
아침에 정신없이 TV 보고 있다가 엄마가 조금 늦게 전화를 하는 바람에
정신없이 늦게 나갔다고 하고, 집에 돌아오니 전등이 다 꺼져 있어서 자기가 끄고 나간 줄 알았다고 합니다.
지난 1월부터 <미뇽>이 갑자기 회사를 다시 다니면서 생겨난 아침 풍경입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나무>도 혼자 씩씩하게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부재에 따른 부작용도 가끔씩 나타나서 저희를 안타깝게 만들기도 하지만, 대견한 <나무>입니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던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날이 추워지고 있습니다. 항상 안전 산행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