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사는 이야기<2>

강진™ | 812

출장이나 해외파견이 많은 업무상 노트북을 사용합니다. 노트북 때문에 온몸이 골병이 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안쓸 수 도 없고

3시간 반의 시차가 있는 인도 일을 하다 보니, 퇴근 후에도 업무를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퇴근시 노트북을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요즘에는 월요일 아침에 가지고 출근을 했다가 금요일 퇴근 때 가지고 옵니다.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월요일 아침은 차가 막히는 것을 고려하여 5분 정도 빨리 나옵니다. 언제나처럼 <나무>에서 밥이랑 과일 다 먹고, 그릇은 싱크대에 넣어 놓고, 양치 잘하고, 전등 다 끄고, 늦지 않게 등교를 하라고 당부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미뇽>을 전철역에 내려주고, 출근을 합니다. 언제가 그렇듯이 월요일 아침에 고속도로 나들목 앞은 차가 많습니다. 톨게이트를 통과해서 고속도로로 들어서는데, 노트북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생각이 납니다. 아뿔사그냥 회사로 갑니다.

컴퓨터 없이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다시 집으로 갑니다.

현관문이 열려 있습니다. <나무>운동화도 보입니다. <나무>는 없고 거실, 부엌, 전등은 다 켜져 있습니다.

다시 현관으로 가니… <나무>의 크록스 슬리퍼가 안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가방이 보이지 않습니다. 집 근처의 친구 엄마가 아침에 학교에 태워주는데, 늦장을 부리다 허겁지겁 나간 모양입니다.

 

저녁에 <나무>에게 전등도 안 끄고, 슬리퍼 신고 학교 갔지?”라고 물으니 아니랍니다. 아빠가 다 안다고 사실을 이야기 해라고 슬리퍼 신고 간 것은 맞다고 합니다.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전등은 끄고, 현관문은 닫고 갔다 합니다. 그래서, 아빠가 회사에 컴퓨터 안 가져가서 집에 왔었다고 하니, “아빠, 왜 그랬어?”랍니다.

…… “아빠가 정신이 없어서 그랬다그러니, 잘 하랍니다.

아침에 정신없이 TV 보고 있다가 엄마가 조금 늦게 전화를 하는 바람에 정신없이 늦게 나갔다고 하고, 집에 돌아오니 전등이 다 꺼져 있어서 자기가 끄고 나간 줄 알았다고 합니다.

 

지난 1월부터 <미뇽>이 갑자기 회사를 다시 다니면서 생겨난 아침 풍경입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나무>도 혼자 씩씩하게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부재에 따른 부작용도 가끔씩 나타나서 저희를 안타깝게 만들기도 하지만, 대견한 <나무>입니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던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날이 추워지고 있습니다. 항상 안전 산행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4 Comments
유키 2017.11.30 09:45  
푸하하
때로는 건망증이 좋은 일로 연결 될 때도 있네요.

읽다보니 미소를 머금게 됩니다.
미소를 머금다보니 전래동화  우렁각시가 생각납니다.
타이밍상 절묘하게도 나무아빠는 전깃불을 꺼주는 우렁각시가 되어주셨네요.
차츰 잘 적응하겠지요.
엉겅퀴 2017.11.30 11:24  
각자의 삶에 열심인 가족의 일상이 잘 드러나 있네요.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는 맞벌이 가정의 애환도 나타나 있고요.

저도 맞벌이하면서 애는 집사람이 챙겼는데, 맨날 "빨리 빨리" 하면서 독촉하니까
하루는 유치원 다니는 둘째 애(딸)가 "엄마, 빨리 빨리라는 말 좀 안 할 수 없느냐?"고 하더랍니다.
어쨌든 그 세월도 금방 지나가더군요.

강진님 가족, 화이팅입니다!
야호夜虎 2017.11.30 20:44  
삶을 맛깔스럽 요리해서 한상 차린 느낌.
궁금했었는데... 방가.
뫼가람 2017.11.30 21:12  
전주역앞에서 어저께 식 올린것 같은데 벌써.............
잘 사는모습 보기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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