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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반자연적 비문화적 행위

한상철 | 1713
등산은 반자연적 비문화적 행위

지난해(2002년) 16개 환경, 사회 등의 단체들 모임인 <국립공원제도 개선시민위원회>는 국회의원 회관에서 가진 <100대개혁의제 작성 100인 워크샵>에서 등산을 “반자연적 비문화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등산을 억제해야 한다”는 항목을 개혁의제로 채택했습니다.

또한 “국립공원을 등산장소만으로 인식하는 탐방객 등의 문제가 국립공원의 존립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더구나 개선시민위원회는 서울시산악연맹에 보낸 공문(2002. 6. 24)에서 “국립공원은 휴식과 자연상태체험, 역사문화체험을 위해 오는 손님일 뿐이다” 라며 등산을 전면 부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악계에선 이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공단이나 개선시민위원회에서 등산을 부정하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관리공단 이사장은 국감 증언에서 "아직도 먹고 마시고 노는 유흥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개선시민위원회는 2000년 9월 27일 발표한 개선시민위원회 발족문에서 "국립공원을 유흥장소로만 인식하는 탐방객 등으로 인해 국립공원제도가 송두리째 위협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등산객들이 먹고 마시며 놀며 자연을 훼손, 오염시키고 쓰레기를 무단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공단에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제도가 가이드제 입니다. 공원 입구에서 등산객들을 기다리게 하다가 일정 인원을 채우면 직원이 동행하여 안내를 하는 것입니다. 현재 노고단 탐방이 이러한 정책의 구현인 것입니다. 이외에 탐방객이 많은 곳에 자연관찰로를 만들어 공단 직원 또는 자연해설가들이 진행하는 자연해설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모두 등산과는 무관한 정책들입니다.

이렇듯 국립공원에서 등산은 반자연적, 비문화적 행위로 간주되어 점차 그 설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지자체에 의해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등산객들로서는 그들의 주머니를 채워줄 수 없으니 이 또한 등산이 부정되는 이유일 겁니다.

최근들어 등산인들의 의식수준이 많이 향상되어 올바른 등산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공단에 구실을 줄만한 행동들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공단의 등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려면 결국 등산하는 모든 사람의 노력으로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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