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歲暮所懷(세모소회)

강호원 | 781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해마다 12월 중순이 지나고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괜히 마음이 바빠지고 이루지 못 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지지요.

작든 크든 연초에 세웠던 일들을 되돌아보면 항상 부족한 걸 느끼는 게 人之常情(인지상정)입니다.

목표를 상대적으로 작게 세우면 될 것을 너무 크게 잡아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우주의 나이 150억년, 지구의 나이 46억년 중에서 근세에 이르기까지는 조용했지만,

20세기 이후, 한 해도 多事多難(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가 없었지만 올해는 어김없이 다사다난 그 자체였습니다.

 

근세에 들어 지구상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라간의 갈등이 많아지니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지구촌으로 불릴 정도로 가까워지니 경제의 흐름도 온 지구상의 나라가 금방 영향을 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해서 세상은 더욱 複雜微妙(복잡미묘)해졌습니다.

 

더욱이 최근 우리나라는 유사이래 보지 못 한 대립과 갈등으로 만신창이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아슬아슬한 처지인데에도 내 편이냐, 네 편이냐로 좌우가 갈리고 상하가 맞부딪치고 빈부의 격차도 더 심해지고....


어떻게 부를 가진 자, 권력을 쥔 자가 오히려 더 얼굴에 철판을 두껍게 깔고 앞장서서 잘못을  뻔뻔하게 저지를 수 있는지.....

누가 이렇게 온 나라와 국민을 편가르기를 하는 건지....  쯧쯧쯧.

 

정치의 본질이 계층간 다양한 욕구와 갈등을 조정하고 봉합하는 것인데 이넘의 정치판은 날만 새면 싸움질이니 국민의 대다수가 정치인을

싫어한다고 들었습니다.

한데, 기이하게도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제일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건 또 무슨 이유입니까?


이래 사나 저래 죽으나 백 년 후면 지금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세상 사람 모두가 없어질 터인데,

인간사 다 부질없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또한  씰데없는 늙은이의 걱정입니다.


그런 혼란과 탁류의 와중에서도, 

저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특히 의미가 많은 해였습니다.


살다보니 저절로 나이를 묵어 젊은 시절에는 까마득하게 먼 노인의 일이라고 치부하던 고희를 어느덧 덜컥 맞았고,


올 사월입니다.

 

 

나이 묵은만큼 주름도 깊어지고 머리 숱은 적어지고......

" 세월 앞에 壯士  없다." 는 말을 실감합니다.

 


 

백산 강성국 선생의 귀한 작품사진을 기꺼이 제 고희 선물로 주셨습니다. (뱀사골 단풍)


제 고등학교 졸업 20주년, 한창 힘 있을 때, 졸업 50주년 행사를 하던 대 선배님을 보고 우리는 그때까지 살아있을랑가? 감이 오지 않던 게 

올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낮에는 공치고 저녁에는 어부인 모시고.

 

 

​불콰하게 한 잔 묵었습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醉生夢死(취생몽사)인께.

 

올해는 케이크 자를 일도 많았네예. ㅋㅋㅋ

 

그리고 지난 가을 거제 여행 때 언급했지만 혼인 40년주년도 되었습니다.

옛 말 하나도 그런 게 없듯이 세월이 최근 지리99에 가입하신 [쏜화살]님 같이, 그리고  流水같이 흘러갔습니다.

 

 

 

 

아들  둘만 낳았는데 며느리도 둘이니 두 내외, 넷이 합심해서 자리를 잘 만들어줘 고맙네예.

 

 

손자도 할애비, 할머니 혼인 기념 박수 쳐주고.

 

 

즐거운 한 때입니다.

 

나이 많은 게 훈장은 더더욱 아니고,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느낌만 더 듭니다.

"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우리에게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우 마음을 얻게 하소서."  - 시편 90편 -


會者定離(회자정리)요 生者必滅(생자필멸)이라 우리 인생의 나고 죽음과, 인연의 생성과 끊어짐이 자연의 이치지만

인생무상은 어쩔 수 없습니다.


나이 든다는 건 앞으로 다가올 날에 대한 희망은 점차 없어지고 지난 날에 대한 추억만 反芻(반추, 되새김)하는 시기가 왔다는 걸 의미합니다.

요즈음 제 산행기에 유독 옛날 산행했던 사람들에 대한 추억을 올린 것도 그 방증입니다.

나이 들어감에 대한 유형, 무형의 반사작용이지요.



 

순천만 대대포구에서


 

수야, 심재수님이 운영하는 [삼천포횟집] 앞에서 또 불콰해져 즐거운 모습입니다.

엉겅퀴 이재구, 심재수, 저, 백산 강성국. 최정석 선생이 사진 찍는다꼬 없네예. ㅎㅎㅎ


 

올 봄 아이들이 마련한 고희기념 제주여행에서


 

올해는 제 인생에서  한 획을 긋는 해였고,

지리99 가족 여러분의 많은 사랑도 받았고,

참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한 해를 보내는 소회가 누구든 없을 수 없겠지만 모두들 과묵하시고 지리99에 글쓰기를 주저하시는 편이라 늙은이가

제 앞가림도 옳게 못 하면서 또 주제넘게 글을 올려 죄송합다.

새해는 항상 待望(대망)의 무슨 년, 합니다.

내년은 저에게도 대망의 한해입니다.

지리 입산 50주년이 되는 해이니까요.


 

지리99 가족 여러분,

가는 2,019년도 마무리 잘 하시고, 다가오는 2,020년 새해 복되고 힘차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8 Comments
킹덤 2019.12.26 08:28  
항상 건강하시고, 축복받는 2020년 되세요 ^^
유키 2019.12.26 16:33  
인생은 칠십부터!
2020해가 지리산행 50주년이시군요.
모두모두 축하드립니다.

저도 어제 올한해 도대체 뭘 했지 궁금하여 기록을 들춰보니 그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한 한해였네요
우리네 인생에도 해걸이가 있는 것 같아요
다사다난한 한해 뒤에는 평온한 한해가 펼쳐지고.... 이것이 반복되지않나 싶어요.
산거북이 2019.12.26 17:34  
선배님
존경합니다....!!!

늘 건강하셔서
좋은 산행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수야 2019.12.27 23:19  
더 행복한 많은 날들을 맞이 하시길 빕니다.
한 해를 보내며 돌아보니 금농 선생님과 나눈 인간적 유대감의 술잔이 참 따뜻했습니다.
올 한 해 덕분에 훈훈했고 고마웠습니다.
태조곰방대 2019.12.29 11:26  
보는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걸 보면 행복도  전염되는가봅니다.
그 단란함과  안정된 행복함이  새해에도 보태어 이어지시길 바래봅니다.
올 한해도  덕분에 풍요로웠습니다.
공자 2019.12.29 11:31  
축하 합니다. 모두가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모두 행운이 가득하시길 바람니다.
꼭대 2020.01.02 17:09  
글은 벌써 보고서도 댓글이 늦었습니다. 앞장서신 금농님 따라 달려왔더만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건강하신 웃음과 긍정적인 마음 계속 따라가겠습니다.
라나아비 2020.01.04 21:37  
존안의 강녕하심이 행복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송수를 앙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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