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빨간 롱패딩
오랫만에 옷을 샀습니다.
한동안 오케이몰 1등급을 유지하며 미친듯이 등산복을 사 댓는데 그 짓거리도 시들해지며
쇼핑중독에서 벗어났습니다.
그 여파로 뜯지도 않은 비닐포장 되어 쳐 박힌 옷과 겨울되면 꺼내 놓고 입어 보지도 않고 세탁소에 보내는
패딩잠바들......안 입는 옷은 정리해서 친구 후배들 주어도 입는 것 보다 안 입는 것이 더 많습니다.
토요일 북한산을 올랐습니다.
밑에 내려와 뒷풀이로 잔뜩 취해 몇달 전 부터 세일을 해 되는 살레와 아웃도어점에 몰려 들어 갔습니다.
전에도 한번 들어 와 본 적이 있어 구경이나 하자란 맴을 갖고.
저한테 병이 있습니다.
테레비에서 쇼핑방송을 보면 어느새 핸폰으로 손이 갑니다.
그래서 저희 집 테레비는 공중파만 나옵니다.
특히 한잔을 하게 되면 백%입니다.
그래도 살게 없을거란 생각에 넓은 매장을 구경하는데 빨간 롱패딩이 눈에 들어 옵니다.
입기 편한 아디다스 롱패딩이 있긴 한데 3~4년 입었더니 실증이 나서 벽걸이에 걸어 놓고 외면 합니다.
걸쳐 봅니다.
새옷을 입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손목품도 딱 맞습니다.
넉넉하게 퍼지는 롱패딩이 안 입은 것 처럼 가볍습니다.
그 때 까만 라이방을 쓰고 있어서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도 즉입니다.
같이 간 동생에게 어떠냐? 물어봅니다.
그거 입을 수 있겠어요?
나는 노란색하고 빨간색 옷만 사~~~(요즘 들어 두가지 색상을 많이 고릅니다)
바람에게 물어 봅니다.....난 반대다, 사지마.
몬 오기인지~~~
결정 합니다.
가격이 만만해서 결정이 쉬웠습니다.
495천원 정가표가 붙어 있는데 15만원에 준답니다.
2019년 신상입니다.
요거 들고 들어가면 각하께 혼 날 것 같아 비슷한 빨간 패딩을 더 합니다.
같은 가격 모자에 깃털이 달린 롱패딩을 주인장이 추천 합니다.
주인장은 요즘같은 보리 흉년에 호구 손님 하나 잡으신 겁니다.
카드를 꺼내며 호기롭게 일시 불을 외칩니다.
대한민국 IT산업은 세계 최고 입니다.
바로 핸폰에 메시지가 뜹니다.
소수점이 두개나 붙었습니다.
그것고 아주 넉넉하게......
술이 깹니다.
왜 이리 많이 뜨지?
생각해 보이 명절 고기 사니라 긁은 것을 깜박했습니다.
머리를 굴립니다.
2월달 연말정산 때 여유돈이 들어 올거란 것도 명절고기 살 때 계산했었습니다.
그리고 연희 용돈도 2월 부터는 마감 될 터이니 걱정 없습니다.
보따리를 들고 집 현관 문을 따고 들어가니 집이 비었습니다.
집사람과 연희가 저녁 해결하러 나갔나 봅니다,
거실에 빨간 롱패딩 두벌을 늘어 놓으니 가득 찹니다,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 잠을 잤습니다.
새벽에 깨서 거실에 나가니 패딩이 그대로 눕혀있습니다.
각하가 삐지셨나?
불안합니다.
연일 퍼 마시고 들어 오는 서방이 미웠습니다.
담날 일찍 일어나 근황을 살핍니다.
맘에 안들어?
내건 맘에 드는데 자기건 어떻게 입을려고 샀어?
맨정신에 빨간색 롱패딩을 입으니 가관입니다.
집에서 입으려고.........
연희에게 물어 봅니다.
영혼 없는 목소리로~~ 이뻐...
명절 지나고 고민을 하다 롱패딩을 봉투에 담았습니다.
같은 모양의 깜정색이 있는데 교환을 할까 했습니다.
두여자가 그냥 입으랍니다.
앞으로 깜정옷 입을 일만 남았는데 어울리니까 바꾸지 말랍니다.
회사에만 입고 가지 말라며,,,,,
제 마음 속에도 은근히 빨간롱패딩이 맘에 들었습니다.
되는 일 없는 요즘 빨간옷을 걸치고 추운 거실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 맘이 밝아집니다.
마지막으로 부리는 만용의 주책이라 여기며 그냥 입기로 했습니다.
언제 또 입어 볼것이야!!!!
롱패딩의 실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