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와운골 이야기1-실비단 이끼폭포와 천년송

애기나리 | 322

날짜 : 2009년 8월 1일(하기휴가 첫날)

인원 : 나와 직장동료(2명)



<내 포토북 맨 끝에 들어있는 사진>
 


예전에 인터넷상에서 이끼폭포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을 보고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곳에 관한 정보도 별로 없었고 꼭 가야 한다는 열정도 부족하여 그러려니 하였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야생화클럽의 풍경갤러리에 올라온 실비단이끼폭포 사진을 보고 우리 주변의 가까운 곳에도 가볼 만한 곳이 있다는 걸 알고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인터넷에 여러 번 검색해 보니 지리산 뱀사골에 실비단이끼폭포가 있고 찾아가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 정보를 찾아두었다.

그리고 이번 주에 간만에 조개골에 찾아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황이 거기에 가자고 제의를 해온다. 풍경을 찍는 데 필요한 소도구가 어떤 게 있는지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일단 약속을 하고 나서 삼각대를 구하려고 사방 알아보고 구매할까 하고 부산에 찾아가려다 그만두었다.

촬영시간은 아침이 좋다고 해서 집에서 자정에 출발하기로 하고 금요일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아내에게 자정에 출발하기로 했다고 말하니 잠은 집에서 자라고 했다며 투덜댄다. 밖에서 잠자는 게 아니고 사진 찍으러 출발하는 거라고 억지로 이해시키고 잠시 눈 좀 붙이자고 누웠으나 몸만 뒤척거리다가 세 시간을 그냥 보내고 일어나 도시락을 찾으니 밥을 해 놓지 않아 부랴부랴 김밥집에 가서 김밥 세 줄을 사서 넣고 내려오다 이제 막 문을 닫고 있는 과일가게에서 먹기 쉬운 자두를 삼천 원어치 사서 들고 약속장소에 가니 금방 황이 온다.

그런데 둘이서 기다려도 약속 시각이 지나도록 박성용 과장이 나타나지 않아 전화하니 약속 일정이 다음 주인 줄 알고 있다.

잘되었다며 가서 박과장 삼각대를 빌렸는데 무게가 장난이 아니게 무겁다. 어쨌거나 삼각대가 없으면 안 되니 감사하게 가지고 출발을 한다.

목적지는 뱀사골 입구 반선이다.

자정이 조금 지난 열두 시 삼십 분에 출발해서 어두워 카메라 찾기도 불편하여 규정 속도를 준수하며 가는데도 새벽 세 시 경에 반선에 도착한다.

뱀사골 안쪽으로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려고 시도를 해 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길가에 다른 차량 사이에 주차해놓고 배낭을 메고 나와서 배낭을 멘 채로 심야에 검문소를 통과할 궁리를 하다가 일단 부딪혀 보기로 하고 가니 그 사람은 차량 단속만 할 뿐 다른 데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차로 이동하면 오 분 만에 갈 수 있는 거리를 걸어서 삼십 여분 걸려서 와운교 다리를 건너 오른편 등산로에 접어들기 전에 배낭에서 플래시를 꺼내 들고 걸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길 오른편으로 물소리가 아주 요란한데 너무 어두워서 불을 끄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 말로 세 시간이 걸린다는 길을 계속 걷는다.

급경사도 아닌 완만한 경사로를 한밤중에 이마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걷다가 쉬기를 반복한다.

다리를 몇 개 지나고 계곡 바위 옆으로 난 철교를 지나 제승대에 도착해서 한참을 쉬고 있어도 날이 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플래시 불을 밝히고 조금 이른 아침 식사를 하기로 한다. 나중에 산에 도착하면 사진 찍기에 몰두해야 하므로 아침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남는 시간에 식사하고 조금 더 기다리다가 발 앞이 조금 분간될 즈음 길 입구를 찾아서 철교를 지나 조금 가니 계곡을 지나가는 다리가 있다. 지리산을 그렇게 많이 다녔으면 금방 알 법도 하지만 입구를 헷갈려 조금 옆으로 시작해서 계곡의 오른편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올라가며 최대한 계곡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 아예 계곡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시간은 많이 걸리는데 원하는 장소가 보이지 않아 조바심이 나서 황이 혹시나 하고 내려가 보자 해서 되짚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힘을 내어 조금 더 올라가니 그제야 이끼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한 번이라도 와봤으면 고생이 적을 길을 이렇게 어렵게 도착하니 이곳이 더 소중해 보인다.

하늘을 가만히 보니 아마도 비는 오지 않을 것 같고, 그 사이에 날이 아주 환하게 밝았다.

배낭을 내리고 우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기면서 찬찬히 주변을 살핀다.

여유를 가지고 임해야 제대로 된 사진을 담을 수 있기에 열심히 찾아보아도 왠지 이곳 풍경은 가슴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여기까지 오면서 고생한 것이 아까워 천천히 기본 샷부터 시작한다.

구름이 덮여있는 까닭에 조리개를 최대한 조이니 셔터속도가 30초가 나온다. 이어서 폭포 오른편에 있는 노루오줌을 담아보고 다시 정면으로 돌아오니 해가 난다.

해가 조금 늦게 나오면서 나뭇가지에 가려 폭포 일부만 노출되는 바람에 노출의 차이가 생긴다.

풍경 사진에 ND 필터가 왜 필요한지 실감하며 그에 맞추어 노출을 조절하며 담아보다 이제 됐다 싶어서 아침에 먹은 김밥 탓에 연신 물을 들이켜면서 쉬고 있는데 황은 아직도 열심이다.

배낭 안에는 보나 마나 광각렌즈와 백마만 들어있다. 표준 줌렌즈가 필요하다는 것을 또 배운다.

편광필터는 왜 챙기지 않았는지 후회가 밀려온다.





<설명생략>



<노루오줌>








<직장동료, 요즘도 책상 마주보고 있음>






<노루오줌>















<위 3장은 산골무꽃, 예전에 그늘골무꽃이라 불렸음>
 


늘 야생화를 담던 생각에서 벗어나야 풍경 사진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절감하면서 궁여지책으로 백마를 끼우고 아주 멀찌감치 떨어져서 시도해 본다.

표준 줌렌즈보다 그런대로 맛이 있어 새로운 화각을 시도하다 미치고 챙기는데 꽃이 있더란 말을 듣고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달려가서 몇 장 담아온다.

뒤에 온 두 분이 마저 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둘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한다.

앞서가던 황이 동충하초를 찾아낸다.

전초를 담고 낙엽을 살살 걷어내니 매미가 누워있다.







<매미 동충하초>
 


재미있어하면서 다시 묻어주고 내려오니 주 등산로에 사람들이 부지런히 지나가고 있다.

이제 내려가는 길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천천히 내려가는데 장마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기여서 그런지 물이 상당하다.

편한 길을 천천히 내려가며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다른 꽃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내려오다 쉴 겸 해서 길가의 벤치에 앉아서 점심을 먹는다.

나는 아침에 물이 쓰이던 생각을 해서 김밥의 반찬을 모조리 빼고 아침에 먹고 난 나머지 김밥을 마저 먹는다.

그렇게 힘든 코스도 아닌데 이상하게 다리에 힘이 빠진다는 생각에 터덜거리며 등산로를 내려오니 천년송이 있는 곳을 가보자고 한다. 힘이 빠졌지만 그렇다고 내색을 하지 않고 같이 올라가 한 번 더 땀을 빼고 천년송을 보고 사진을 담아보고 소나무 아래 있는 와운마을 한가운데를 둘러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니 길이 참 멀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 더운 한여름 한낮이라 더한 모양이다.









<천년송은 큰나무가 할매, 작은나무가 할배>
 


뱀사골 계곡을 모두 빠져나와 반선에 도착하니 온통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계곡 물속에 들어가서 물장난하는 사람들보다 도로에 자동차로 가득 차 있어서 통행하기 힘들 정도인 사이로 빠져나오다가 가게에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다 콜라 한 캔을 사서 시원하게 갈증을 풀고 차에 도착해서 몸을 풀고 짐을 챙겨 막 출발을 하는데 비가 와락 하고 쏟아지기 시작한다.

여태 조용하던 날씨가 그 잠깐 사이에 빗속으로 젖어 든다.

천천히 빠져나오면서 지리산 나들목에 차를 올리니 황은 잠이 들고 오랜 강행군 탓에 잠이 찾아들기 시작한다.

가장 힘든 적이 나 자신이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속도를 될 수 있는 대로 줄이고 잠이 오는 순간에 뒷좌석 한가운데 놓아둔 자두를 하나 꺼내어 천천히 씹어본다.

입을 놀리면 그 순간 잠이 달아나서 잠시 운전이 쉬워진다. 그렇게 잠시 가다 다시 졸음이 오면 또 자두를 꺼내어 천천히 씹는 방법으로 진주에 가까이 오니 황이 잠에서 깨어난다. 졸음을 쫓으려고 일부러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휴게소에 들러 또 잠시 쉬면서 휴식을 하고 힘들게 창원에 도착한다.

가는 길보다 돌아오는 길이 무척 힘이 든 뱀사골 실비단이끼폭포 출사 길을 그렇게 종료한다.


뱀발 : 내게 유일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야간출사 입니다.


2 Comments
엉겅퀴 2021.12.04 21:05  
저렇게 뿌리까지 달린 동충하초 실물은 본 적이 없는데
귀한 것을 사진으로나마 보네요.
감사합니다^^.
황하주 2021.12.06 18:54  
멋진 이끼폭포 사진 이네요 ~~
장노출 사진에는 역시 nd필터가 필요하죠 ^^
스마트 폰이 계속 업그레이드 되면서 요즘에는 카메라 메고 산행하기가 뜸하지만
멋진 사진을 담을려면 휴대폰 보다는 dslr 카메라죠 ~
덕분에 이끼폭포랑 동추하초 잘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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