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사이다 한병을 15원에 팔던, 1965년 6월 지리산 천왕봉

루트파인더스 | 592

오늘은 1965년 6월 지리산 산행기와 천왕봉 사진한장을 함께 볼까 합니다. 


오늘 발견한 최고의 팩트는 1965년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파는 사이다 가격이 15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소주는 얼마였을지 슬슬 궁금하네요. 




오랫동안 교직생활에 계셨던 박맹제 선생님(1946년 산청 출생)이 2020년 진주시의 누리다솜이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산행기집 "산행후기"입니다. 

양장본에 두께가 600페이지에 가깝고 정가도 5만원이네요.


이 책을 곧바로 만날 결심(not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건 바로 이 표지 때문입니다. 

이 표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까요. 

지리산편 중에 특히, 요델클럽 나경봉의 지리산 사진1 - 해방 이후 최초의 천왕봉 표목은 언제 세워졌을까요?에 

이 장면의 전후를 나름 고증해 놓고 있습니다. 읽으시려면 -> 여기를 <-


그러니까 이 사진만 보고서 1965년 직후의 지리산 천왕봉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대어를 낚았다! 이 책에는 60년대 산행기가 많이 있겠구나.~~

그러나 막상 받아보니 그때 산행기는 딱한편이고 나머지는 1995년 이후의 산행기입니다. 

그래도 뭐 그렇게 슬프지는 않습니다.

이 사진이 편집 실수로 넓게 퍼져 있는데요. 원래 사진은 맨 아래에 싣겠습니다.
이제 산행기를 한번 볼까요.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박맹제는 1965년 6월 진주교육대학에 다니다, 친구들과 함께 지리산을 찾습니다. 

대원사를 거쳐 써리봉을 오르는데...

농부가 "사람들이 많이 다닌 흔적이 있는 길을 택하라는 것과, 눈앞에 보이는 높은 봉은 정상이 아니라는"조언을 했는데, 

이 조언은...그에게 평생의 가르침이 됩니다.

등산용품 가게에서 워커, 배낭, 담요, 항고 등 산행기구는 빌렸고 텐트는 빌릴 생각을 못했다고 합니다. 

등산용품 가게는 당연히 진주에서였겠죠.
진주, 등산 하면 그 유명한 허우천 선생이 떠오를텐데, 그는 1965년 경에는 지리산에 입산해 있는 터이니 다른 사람이기 쉽겠습니다


한시간 걸려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아래 할아버지- 김순용 선생으로 추정 - 가 성모상을 모시고 간단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사이다 한병을 15원을 주고 샀다.


*1965년 전후 시내에서 짜장면값과 삼양라면 1봉이 15원정도, 쌀 20kg이 75원, 소주 2홉짜리 출고가가 55원이었네요^^

1965년 담배 신탄진이 50원이었습니다.

하산하다 길을 잃었는데, 사람소리가 들려 가보니 도벌꾼이었다. 도벌꾼의 환대를 받았다.

도벌꾼의 어린 아들과 함께 다시 올라 배낭을 찾았고,. 

정상에 다시 올라 청명한 날씨속에 장관을 보았다. 이윽고 하산하여 곡점. 덕산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덕산에서는 2시 30분. 4시 10분에 진주행 버스가 있었다.



오랜 세월이지만. 자세하게 기록해 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그래서 그때 기억을 더듬어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2018년 12. 20일


그리고 문제의 이 사진 한장.

워커와 배낭 모자를 쓰고 체크남방인 듯한 최신 하이패션으로 정상에 섰습니다. 

깃발은 무엇일까요? 지리산 아니 산을 처음 찾은 그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제 짐작엔 김순용 선생이 이걸 연출해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상기념사진으로 대학산악부원들이 이렇게 많이 찍은 걸 보았을테니 말이죠. 

그 시절 지리산은 대학산악부에서 특히 여름방학 장기종주 대상이었죠.
발 아래에 빈병은 사이다병?^^

이 사진과 글을 남겨주신 박맹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따님과 아드님과 함께 2008년 찾은 지리산 정상. 
40여년 사이에 이렇게 변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 Comments
황하주 2022.09.29 19:34  
1965년 지리산에 도벌꾼의 집이 있었다는게 생소 합니다
집이라기 보다는 움막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산행기를 읽어보면 씨리봉 부근에서 그리멀지 않은 조개골 부근이 아닐까 싶은데...
지리산 산행하다 보면 간혹 숮가마터가 보이곤 하는데 오래전 벌목을 하여 좋은 나무는 목재로 팔고
조금 이상한 나무는  숮을 만들어 팔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막상 산행기로 접하는 좀더 마음에 다가오는것 같습니다
6.25 전쟁을 겪은뒤 끼니를 걱정하며 살아야 했기에 그당시 정말 힘든 시절이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이게 불법인줄 알면서도 어떻게 보면 당장 먹고 사는게 더 시급했을수 있으니까요...
덕분에 귀한 사진과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감사 합니다 !!!^^
루트파인더스 2022.09.30 12:25  
이번 황금연휴때 어느 산으로 떠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화전민이 완전 철거될 때까지 도벌의 유혹^^은 계속되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생각도 못한 조개골을 떠올리시다니, 지리산 사랑의 깊이를 알겠습니다.
주말 뜻깊게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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