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첫눈 오면 거기서 만나라고 약속한 적 없지만
황하주님과 웅이님 일행을 만납니다.
'첫눈이 오면 거기서 만나'
라고 약속한 적이 없어도
눈이 오니까 이렇게 만납니다
하주님과 웅이님도 눈이 오면 바래봉에 와야하는 사람이었던게지요
답지님이 가던 길을 멈추고
저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답지님도 눈이 오면 바래봉에 와야만 하는 사람이었던 게지요.
어찌나 활기차고 반갑게 맞아주시는지
앞으로 석달 열흘은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체구는 아담하시지만 목소리는 우렁우렁 킹콩 같으시고
지리산을 사랑하는 마음은 폐인 그 잡채십니다.
창공이 찬란하고 백설에 반사된 햇살이 눈을 찌릅니다
아주 제대로 눈난리가 났어요
눈꽃을 보시려면 좌측으로 가시고요
봄꽃을 보시려면 우측으로 가시고요
설국이 경험이 처음인지 어리둥절 아니 푸들둥절합니다.
그래선지 예전에 비하면 점심 먹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어요
산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던 샘터인데 아쉽네요
진짜배기 눈꽃은 이제부터닷!
푸들도 잘 걸어갑니다.
거북이 봐야디야.
답지님 말씀에 키서방이 당장 폰을 꺼내 산거북이님을 찾습니다
산거북이님은 바다거북이보다 많이 빠르니까 서두르는게 맞습니다
현재 산거북이님이 봄꽃군락지에서 점심을 드시고 있다합니다.
한창 통화 중에 하주님 일행이 정상을 찍고 내려옵니다
휘이휘이 둘러봅니다
사실 샘터 근방은 은근히 칼바람이 양 뺨을 저며대는 곳입니다.
그래서 바래봉에 올 때는 행동식만 가져옵니다
봄꽃군락지에 접어드니
목화송이가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가시덤불을 헤지고 확자한 소리가 들리는 데로 가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습니다
'눈이 오면 바래봉 철쭉 군락지에서 만나' 하고 약속한 적 없습니다
적석님이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따스한 햇살만이 충만합니다
순수한 설국 속에서 반가운 분들을 만나
함께 마시는 따뜻한 밀크커피 한 잔
천화대 암벽등반을 하셨다니
우러러봅니다
늘 웃고 계시는 것인지
웃을 때만 뵙게 되는 것인지
알쏭달쏭합니다.
영혼 뺏긴다
죄송합니다 ㅋ ㅋ ㅋ
커피 두 모금 째 마시고 서북능선에 눈길 한 번
커피 세 모금 째 마시고 반야봉에 눈길 한 번
하산합니다
서로서로 껌딱지처럼 붙어서
산길을 내려갑니다.
진주는 1시간 10분빼이 안 걸린다
남원은 30분인데에
서로 자기 동네랑 바래봉이 가깝다고 자랑을 합니다
사장님이 숭늉도 떠 주십니다
제설작업에 쓰인 염화칼슘이 자동차에 해롭다고요
세차장엔 영하의 날씨인데도 손님들이 많습니다
'이젠 눈 구경 못 가겠다'
옆에 세차 손님이 푸념을 합니다
혹시 저 손님도 바래봉에 다녀온 걸까요.
저녁엔 인월 장터에서 사 온 생태를 무 삐져넣고 끓였더니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