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1938년 사진속 지리산, 과연 어느 봉우리일까요?

루트파인더스 | 795

지리99 선배 회원님들, 지리산에 눈꽃피고, 봄꽃피고 여름 구름 가을 단풍 때마다 지리산과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저도 회의 일원으로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선총독부 철도국에서 펴낸 "조선의 풍경 1938"과 대법관 "손지열" 구술서에서 지리산 사진을 각각 한장씩 발견했습니다.

지리산 어디일지 궁금합니다.



1938년 조선총독부가 기세등등하던 시절, 철도국에서 펴낸 "조선의 풍경 1938"입니다. 

일본인의 시선, 그러니까 부산항에 도착하여 북상하면서 명승지와 조선의 발전상을 담으려는 의도의 책인데,  

그들이 '남선의 알프스'라고 했던 지리산 사진 한장이 있습니다. 



 

바로 이 사진입니다. 등산객이 등을 보이고 저멀리 구름이 산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유장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찍는 게 당시 유행했기에 우리는 지리산 산세를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저도 언제 저곳에서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이 사무칩니다.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요? 지리산에 눈밝은 분들의 말씀을 기다리겠습니다. 




두번째 사진.


 

법원 도서관에서 펴낸 '법관의 길" 구술총서 중 손지열 대법관을 주인공으로 한 책입니다.

손지열은 대구출신으로 서울대보다 더 어렵다는 경기중학교와 경기고를 졸업한 다음 1965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입학했습니다. 

부친도 대법관으로 최초의 부자대법관의 기록을 갖고 있는데, 

그는 서울대 법대 산악반이 입회하여 1년정도 활동하고 2학년부터는 사시공부에 전념합니다. 

그전인 1966년 1월 전후 그는 산을 찾고 사진 한장을 이 책에 담습니다.



 

*원 설명 - 대학산악반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와 함께 한 산행, 왼쪽 끝

대학산악반답게 키슬링 배낭도 있고 입음새도 근사합니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건 저 멀리 검게 칠해진 물체입니다. 

사진이 긁혀서일 수도 있겠는데요. 뭔가 흥미롭습니다.


 

약간 포토샵(?)를 했더니... 제법 큰 건물로 보여집니다. 

좌측에도 한 개. 가운데와 오른쪽에도 잔해 또는 산장이 눈에 덮힌 듯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시절 우리네 산에 저렇게 보란듯한 산장이 있을리는 없고요....

지리99님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좌측과 우측으로 나누어 조금 더 확대해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왼쪽의 검은 점들은 잘 다듬어진 산길로 보여지고,  

건물은 지붕은 날아갔지만, 분명히 제법 큰 공회당같이 보이는군요.

슬슬 우리는 이곳이 어디일지 짐작이 가기 시작합니다.



 

혹시 이곳이 아닐까요? ^^

지금 이 사진은 노고단에 있던 외국인 선교사 타운의 잔해입니다. 전쟁 때 파괴되고 남은 모습입니다.


 

두어군데 검은 선이 가로로 놓여져 있는게 보입니다. 이게 통나무일리는 없고요.


 

그렇습니다. 한때 영화로웠던 노고단 선교사 별장촌입니다. 

교회와 강당은 물론이고 수영장도 있고 9홀 규모의 골프장도 있고 병원과 호텔(3층 17실) 등등 50동 이상의 건물이 있던 시절의 모습이고요. 

물론 이 호텔은 사적 공간이니만큼 조선인과 일본인은 입장 불허였습니다.

산아래 마을의 조선인들은 여름이면 물자수송과 고객운송으로 두둑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선교사 휴양촌은 지리산 노고단 뿐만 아니라 원산에도 있었고, 평양근처 등등에도 있었습니다. 

지리산 휴양촌을 찾은 선교사들은 주로 전라도권역 교회에서 활동한, 미국의 ㅁㅁ파(잊어버렸슴)입니다. 

그들은 해마다 여름이면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휴가를 즐겼고, 따라서 그들이 찍은 사진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선교역사 관련 책에서 이 사진들을 발굴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한국의 관련 교파 교회에서 언제 미국을 찾아 당시 선교사 후예들을 수소문해서 이 사진들을 우리에게 선물해주면 고맙겠습니다. 

아니면 국립공원 공단은 관심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출장을 떠나볼만한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어찌된 영문인지, 전쟁 후 파괴된 선교사 휴양촌 사진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이곳을 지나치면서 낯선 풍경을 카메라로 남겼을텐데 말이죠. 

그만큼  1966년 1월 전후,이들이 찍은 사진은 하필이면 노고단 저멀리 그곳이 담겨 있어, 귀한 '자료'로 남게 되었습니다. 

감사를~~~

 

ㅡㅡㅡㅡㅡㅡ

덧붙여) 관련 사진의 설명은 각각 이렇습니다.

1938년 사진)

선의 절경 지리산

지리산은 예로부터 조선의 삼신산(三神山) 18의 하나로 꼽히는 영산(靈山)이다. 
온대, 아한대의 원시림이 우거져 있고 고산성 초목이 많다. 최고봉인 천왕봉(天王)은 매우 웅대한 조망을 자랑한다.
산속에 화엄사(華嚴寺), 대원사(大源寺), 쌍계사(雙磎寺) 등의 큰 절이 산재해 있고 그 경내(境內)가 모두 경승지이다.
그러므로 여행하기 아주 좋은 곳일 뿐만 아니라 봉우리중 하나인 노고단(老姑壇)은 외국인의 피서지로서도 알려져 있어 여름에는 많은 내외국이 찾아온다.
전라선(全羅線)의 남원, 구례구(求禮口), 경전선(慶全線)20의 진주 방면에도 등산로가 있다.

1966년 사진)

-제가 1학년 때 산악반을 들어갔고 주말이면 선배들 따라서 등산을 다녔는데, 산악반이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그때 등산이 그냥 이렇게 산을 올라가는 게 아니고 자일(seil) 가지고 클라이밍 (rock-climbing) 하는 그런 걸 했거든요.
법대 산악반이라는 게 아주 오랫동안 지속돼 왔는데 근자에 와서 학생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그래요. 그래서 산악반 자체가 거의 폐지가 될 정도라고요.

-산악반에는 내가 한번 들고 싶다 이런 생각이 있으셨나요 아니면 어떤 누군가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때 아마 선배들 권유로 간 거 같은데, 글쎄, 정확한 기억은 없네요.
그냥 산에 가자 그러니까 놀러가듯이 따라간 게 산악반에 들어간 거지요.

-예, 근데 험한 산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생각보다 안전합니다. 그래도 안전장치는 다 해서 자일이니, 또 그게 뭐라 그러죠?
올라가면서 등반하려면 이렇게, 그 이름이 뭐 있는데, 고리같이 생긴 거.(카라비너 -인용자 주)그때 그런 장비는 다 갖추고 올라갔습니다.
무모하게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도 이렇게 산행을 하고 내려오면 왜, 막걸리 같은 것도 한잔하고 그런 시간이 있었나요?

-아이고, 그때 많이 했지요.


덧붙여) 전쟁후 대학산악부가 만개를 합니다. 

명칭을 산악부라고 하고, 여기서처럼 산악'반'이라고도 했습니다.

산악'부'의 '부'는 클럽Club의 번역어이고, 산악'반'의 '반'은 일본이 태평양 전쟁때  총력전을 펼치면서 

대학의 클럽 '부'를 준전시 조직의 일환으로 재조직하며  '반'으로 부른 시절의 흔적입니다.
이 호칭은 유신 정권때에 다시 부활하여 1970년대 후반 대학산악부는 '산악반'으로 강제 개명당하게 됩니다.



12 Comments
황하주 01.09 18:22  
첫번째 사진 위치는 선비샘에서
칠선봉 가기전에 위치한
일명 망바위 전망대라 불리는곳 같습니다
사진상으로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천왕봉과 중봉,제석봉등의 봉우리와
두류능선을 한눈에 볼수있고
우측으로는 남부능선과 지리산의 남쪽풍경을 볼수있는
전망이 좋은 곳입니다




이삼규 01.11 15:15  

.

인물은 눈 꼭 감고 보시길 ^^
풍경만 찍은게 마침 없네요


황하주님 말씀하신 위치가 저기 맞죠?
루트파인더스님 사진에 구름에 휘감긴 봉우리는 반야봉 일듯합니다.

앞에 솟은 능선이나 구도가 좀 안 맞네요
그리고 무엇 보다 바위 크기가 아닌듯 합니다.
황하주 01.11 16:55  
넵 저 위치가 맞습니다 ~~
망바위에 보는 풍경과 너무 비슷해서
저는 처음에 천왕봉이라 생각했었는데
자세히 보니 반야봉이 맞는것 같습니다 ^^
루트파인더스 01.10 17:40  
황하주님, 올해도 지리산 사랑과 가족 산행이 계속되길 빌겠습니다.

지리산 능선 굽이굽이를 저처럼 눈길에 그냥 흘러 보내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래 사진에 구름이 없다면 정확히 알아차리기 쉬웠을텐데 아쉽습니다.
첨부하신 사진이 제 눈에는 유사점이 잘 안보이네요.ㅜㅜ

어떤 분은 영신대라고 하기도 하는데, 촛대봉 주변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위는 전망대. 아래 사진은 촛대봉입니다.~
황하주 01.10 19:27  
처음에는 큰 고민없이 사진보고
망바위 부근이라 생각했었는데
천왕봉이 아닌
반야봉일수 있다고 생각하니 좀더 확인을
해봐야 될것 같습니다 ^^;
사진찍은 곳의 풍경은 능선상이 아니면
볼수 없는 풍경이라
영신대는 아닌것 같습니다
황하주 01.10 22:27  
사진을 한참 동안이나
보고 또 보고 했더니 눈이
아프네요 ㅎㅎ
처음에 사진을 봤을때
사람이 앉아 있는 바위와
구름에 가러진 봉우리가
천왕봉이라 생각하고
주능선상의 망바위일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제가 잘못생각했던것 같습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구름속 봉우리는 반야봉이며
사진찍은 곳은 영신봉에서
음양수샘 가기전
낙남정맥길 능선상 어딘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생각이 잘못될수도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
솔직히 지금도 자신할순 없습니다
다음에 혹시나 영신봉 부근으로
산행하게되면 사진찍은 위치를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첨부한 사진은 음양수샘에서
영신봉 방향으로 조금 오르다가
능선상 조망 바위에서 반야봉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


루트파인더스 01.11 21:01  
북한산 생각하듯이. 가볍게. -비록 구름이 가려 있지만 - 부탁을 드린 건데,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 사진은 보다 더 실체에 가까운 듯 합니다..^^

마음 속에 고마움을 간직하겠습니다...~
이삼규 01.11 15:41  
저 당시에는 줌 기능이 없었을 것이니
반야봉 사이즈가 저 정도라면 적어도 반야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이 아닐까 싶네요

만일 구름에 휘감긴 봉우리가 천왕봉이라면
위치로는 촛대봉이나 연하선경 즈음이 되지 않을까라는 만구 내 생각입니다.
루트파인더스 01.11 21:02  
이삼규님.... 말씀 감사드립니다.
위에서 썼듯이, 제가 북한산 생각하고 가볍게 부탁을 드린건데... 역시 산은 지리산입니다...~~~
황하주 01.11 17:00  
렌즈를 50미리나 80미리 정도로 찍으면
사진상 사이즈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분명 영신봉에서 음양수샘 부근 어디일것 같은데
사진도 없고,기억에도 없으니 답답 하더라구요 ㅎㅎㅎ
다음에 창불대 쪽으로 가게되면
위치나 풍경을 비교하며 자세히 찾아 봐야 겠습니다 ^^
틀맨 01.12 06:09  

창불대 조망바위 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2022.10.22촬영
山용호 02.13 08:21  
ㅎㅎ 사진으로 위치 맞추기 ..이런거 재미집니다.ㅎㅎㅎ
소인은 아마도 창불대에서부터 음양수와 대성골에서 남부능선 올라서면 있는 암봉전망대 어디쯤 바위위에서 포착한듯합니다.
뭐 저아래 삼신봉까지 더 내려간 지점일수도 있지만..암튼 남부능선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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