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퇴직이 3년 남았단다
3월부터 매일 5kg씩 책을 버리리라 한다
그건 그냥 말 뿐이다
아마도 내년 3월에도 책은 그대로 꽂혀 있으리라
일요일에 막걸리 한사발 마시며 그 말을 듣고는 월요일에 바로 출동했다
나의 속마음은 저 집부터 정리하고 나면 우리집도 정리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막연한 심정이었다
고물상 주인보고 그랬다
이거 대충 정리해서 헌책방에 팔면 적어도 천만원은 벌 것이오
그 집 책 15포대, 우리집 책 15포대, 그렇게 우리의 젊은 시절 흔적들은 고물상에 버려졌다
아마도 그 책들속에는 우리가 숨겨둔 만원짜리 지폐 몇장쯤은 있을 터이다
우리의 더 젊었던날 정리한 값이 9만 4천이다
그 돈으로 둘이서 목욕 한번하고 또 그리고....기억에 없다
땅을 사둔곳이 이곳이다
이제 이곳에 살아야 할 모양이다
세월 참 빠르다
그새 33년이 지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