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수우도 돌아 상운암에 오르다

객꾼 | 453

요즘 수우도가 뜨는 모양이다

난데없이 일박하러 가잔다

난 사실 섬은 별로 안 내키는데, 그들은 산골 사람들이니 의미가 있겠구나도 싶다

삼천포 수협근처 부두에서 06시에 첫배가 있다

배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데 요즘 하도 많이 들락거리니 오전에도 몇대 있는 모양이더라

원래는 06시, 14시 30분 두번밖에 없었다

어릴적부터 많이도 타고 다녔는데 요즘은 마을 사람들과 어떤 분쟁이 있는지 꼭 배 운항여부를 확인해 봐야지 싶다




06시 35분쯤 수우도에 내려준다

아직 날이 너무차다

보니 저쪽 넓은 공터에 승선대기소가 조그맣게 지어져 있다

그들은 그렇게 들어 앉더니 막걸리 몇순배 나눈다



우리 클때는 등산로라고 특별히 없었는데 요즘은 바닷가를 따라 제법 정비를 잘해 놓았다

따라 돌아보니 고래등 바위라는 곳도 있다

저 바우에 이름이 있었나?



건너다 보니 저쪽 바위에서도 사람들이 어련거린다

저쪽으로도 가는 길이 있었나 싶다



사량도가 바로 지척이다

사량도도 통영군이고 수우도도 통영군이다

우리 어릴적에는 이 섬을 시우섬이라 했는데 아마도 수우도의 사투리 발음이었는 모양이다

그리고 또 동백섬이라고도 불렀다

그만큼 동백나무가 많고, 또한 석란도 많았었다



저 바위도 무슨 이름이 있는거 같았는데 기억에 없고,

여하튼 끝지점에서는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한다

제법 고소공포도 느껴진다

어련거리던 사람 흔적은 일단의 젊은이들로 저곳을 야영지로 삼을 모양이더라



다녀 오고서 나아가다 되돌아 보니 그 새 텐트를 쳤다

우리처럼 술마시며 노는 사람들은 오히려 저곳이 안전하지 싶다



요즘 유명해진 해골바위라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어느 젊은 유튜브가 벌써 자리를 선점하고 있다

어릴적 기억에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그곳에도 몇동의 집을 지을 수 있는곳이 있었지 싶어 돌아보니 다른곳과 혼동한 모양이다

가면 갈수야 있겠더라만 그냥 벼랑이 시작된다



해골바위에서 내려다 보니 그들은 이제서야 도착이다

굳이 줄이 없어도 되겠더만 저 무거운 것을 누가 들고와 쳐 놓았을까

정성이다 싶다



어릴적 많이도 놀았던 곳이다

가장 최근은 결혼하고서 그 즈음이니 벌써 삼십여년이 지나간다

아! 아니구나

그때는 집에 배가 있었으니 그 이후에도 낚시하려 종종 왔었네



해골바위라는 곳에는 딱 저 한곳이 텐트를 칠 수 있는데 그는 카메라까지 설치해 놓고 폼잡느라 바쁘다

혹시나 폼 만 잡다 가려나 싶어 물어보니 오늘 여기서 자고 가리라 한다



이곳은 어릴적 사진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때는 아무렇게나 매달리고 하여 사진을 찍었더만 이제는 기어 오르기에도 힘들더라



아래쪽으로 제법 편평한 곳이 있어 터잡아 일단 밥이나 먹고 보자 하였다

그들에게 오늘 비박모드로 그냥 바위에다 텐트 깔고 대충 자자고 하였더니 고개를 가볍게 설레설레 한다 



삼천포에서 출발할때 해산물 몇가지를 샀다

이게 만원어치다

매운탕으로 죽이겠더라



구이용 민어도 만원어치 샀다

이건 다 수입산이다

어데 서울같은 촌에서 온 사람들은 삼천포에서 파는 해산물들은 다 연근해에서 잡은 것으로 착각하기 쉬울게다



누구 지나가는 이가 소주나 한잔 얻어 마시잔다

소주한잔 값으로 사진이나 한장 찍어주라 하다

이들이 여기서 말 그대로 비박을 안한다니 고민이 된다

하여 형한테 전화를 넣어 배 한대 구해오라 하였다



형이 네군데 전화를 넣어 말되는 사정으로 빠꾸 맞고, 다섯번째 전화건 이웃사람의 배를 타고 왔다

일단 정박해 놓고 올라오시라 하다

건데 형은 이곳이 처음이란다

그참 내가 어릴때부터 많이 싸돌아 다니기는 한 모양이다

오죽하면 하도 어릴때부터 남의집이나 배에서 자고 들어오는 횟수가 많으니 어머님이 나를 객꾼이라고 하였을까



모여앉아 한순배 더 돌린다

같이 온 이웃은 몇년전 귀어한 사람이라 당연히 이곳이 처음이다

아이고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누 한다



집 지을만한 터가 많았는데도 내가 굳이 이곳까지 내려온 것은 일만팔천어치나 사온 낚시장구 때문이었다

여기다 집 지어놓고 하루 내도록 낚시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루종일 마실터이니 나는 낚시라도 하고 있어야 공평하지 않나



일단 승선을 하시고~

남은 생선구이와 매운탕도 그대로 싸서 손에 들고 올랐다



조금 멀리서 보니 해골바위와 그 젊은이들이 집 지은 바위가 확실하게 보이누만

건데 나 스무살 추석에 해골바위라는 곳 오른쪽으로 해서 꼭대기까지 기어올랐던 적이 있는데 어떻게 그리할 수 있었지

암벽화도 아니고 그냥 만원짜리 배신이었는데 말이다

더 웃기는건 그때 올라간 세명 중에 동네 친구 가시나도 하나 있었다는 사실이지

그때 올라는 갔는데 내려오지를 못해 뱅뱅돌아, 길도 없는곳에 길을 만들며 동네까지 가서 다시 배를 탔었지




자 채비 본전은 뽑아야지

수심이 의외로 10여 미터쯤 되더만

다들 달려들어 낚시질 해 보았는데 어느 누구하나 입질도 없더만

궁금해서 수경쓰고 바다속에 내려가 확인해 보고 올라 오고싶을 지경이더라니깐



자~ 

동네로 철수합시다



어릴적 그 통통배들은 저곳까지 40분 넘게 걸렸었는데, 속도를 내지 않았다는데도 10분 남짓에 가버리더만

다음번에 해골바위 그곳에서 꼭 자고자 한다면 미리 동네에서 배를 타고와 그 자리를 선점하면 되겠다 싶었지



동네앞에 있는 무인도다

저 뒤쪽이 아마 모상개라는 곳이지 싶은데, 이 섬의 이름이 뭐 따로 있던데 우리는 그냥 바가지 섬이라 불렀었다

자그맣게 보이는 섬이라도 막상 내려보면 물만 없다 뿐이지 있을건 다 있다

이번 여름 즈음에 저곳에 스며들어 자급자족으로 1박하기로 약조했다 




유구한 역사의 우리 마을이다

조선시대에는 해군 여단이 머물렀던 곳이다

지금도 그때의 성터는 그대로 남아있고 이순신 장군께 제사도 지낸다



이번에 산 해산물 중 굴만 국산이지 싶다

쪽파에 냉이까지 넣어 계란하나 깨뜨려 찌지 묵으니 별미더만



다 쓰러져 가는 데크를 오늘의 집터로 삼았다

조만간 6억쯤 들여 동네 4곳에 다시 지을 계획이란다

그들은 수우도나 여기나 바닷가이니 그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는 모양이더라



다음날 해뜨는 것과 같이하여 집을 걷어 출발이다

부모님께는 찾아 뵙지도 않고 전화 한 통화로 때우고 말이다

우리동네에서 옆 마을까지 약 4KM는 남해군에서 일주도로가 닦이지 않은 유일한 곳이다

비포장이지만 차는 갈 수 있다

그길로 바다 구경하며 삼천포로 돌아가다




상운암 스님이 뭐 아쉬운게 있으신지 고로쇠 마시러 올라 오란다

아니면 진짜로 고로쇠를 마시게 하고 싶어 그랬을 수도 있다

스님 필요한거 물으면 매 대답은 한가지시다


이 정수물통 하나쯤 필요 하겠더라

제법 8만원이 넘는거 같던데, 설악산 1275봉 그 샘물에서도 물지렁이랑 멋모르고 물을 마시고서 느꼈었다

더구나 운문산 계곡물은 믿기에도 아니 믿기에도 그렇다


 


몇번이고 조은산님 유품 묻어둔곳 돌탑을 쌓아봐서 아는데, 돌탑 쌓기가 그냥 장난은 아니더라

제법 고수의 기운이 느껴지는 이가 곳곳에 이렇게 쌓아 놓았다




상운암에 오르면 그냥 그곳에 머물다가 내려오곤 했다

이번에는 운문산이라도 올라보자 한다

오르는 길에 가지산이 위세가 좋다



요즘 영알 9봉이 8봉이 되었다 하더라만 인증샷 찍으러 올라오는 사람들이 장난이 아니다

어떤팀은 버스를 타고 오셨는지 떼로 올라오기도 하더라

해서 나도 앉아 보았다



후발팀 둘은 그냥 석골사에 올라 왔으면 될것을, 오륙스를 보고 요령을 부렸단다

상양마을인가로 가서 아랫재인가 어디론가로 해서 올라 온단다

그 길이 시간이 훨씬 걸리고 코스 경사도 심하단다

하여 형이 마중을 나갔다

둘이서 멍하니 앉아 있으니 할일 없으면 밭이나 좀 갈아 엎으시란다



슬리퍼가 걸적거려 맨발로 갈아 엎고 있으려니 스님이 한사코 신발을 신으시라 한다

저는 그냥 땅 밟는 느낌이 좋습니다 해도 염분을 뿌렸다며 신을 신으라 성화다

땅을 갈아 엎으며 농작물이 소나 염소도 아닌데 왜 염분을 뿌렸을꼬 싶다

나중에 보니 염분이 아니라 인분을 말하신 것이다 싶다

스님 내 발에 똥독 들까싶어 극구 만류하셨던 게다

밭 다 쪼고나니 타올과 비누를 가져와 몇번이고 앃어내라고 극성이시더라




해가 알맞게 지더라



밤새도록 고로쇠 물을 얼마나 마셨던지 소주맛조차 달달하더만

그러고서도 성이 안차신지 미리 가져오라고 일러준 물통들에 고로쇠물을 가득들 채워 주신다



처음 몇번은 스님이 의외로 낯을 가리시는게 느껴지더만,

이제는 숱제 이번 가을에 한 3박 4일은 와서 나무 좀 해 주시라 한다

알아서 휴가 남겨 놓아야 겠구나

다들 스님께 용돈도 듬뿍 드리고 기분좋은 1박 2일이었다



참으로 성님 내년에 칠순입니다

1대간 9정맥은 기본이고, 기맥지맥이 몇개라 했습니까

그것도 다 하시고, 이제는 동네 뒷산 섭렵하시느라 멀리 서울서 밤차로 진주까지 오시고~

여하튼 제 산 롤모델로 삼겠습니다

이쪽 뒷산 정리 부담없이 다 하십시오


 

4 Comments
레테 03.12 20:54  
상운암 자주 가시네예.
행님만큼이나 스님도 이제 낯이 익습니다.ㅎㅎ

수우도 해골바위 참 독특하네예.
가서 한번 보고싶어 집니다.

여행기 재미나게 잘 보았습니다.
객꾼 03.13 10:57  
산밖 율도 촌동네는 이런거 없제
요즘 사람들 끓더라
딱 자네 사장님 수준에 맞을 코스더라
당일치기 된다
옥국장 03.13 09:19  
수우도 해골바위 함 가보고 싶네요. ㅎㅎ
창선도 한바퀴 돌아보며 적량항도 들리고 싶구요.
잘 보았습니더~~
객꾼 03.13 11:01  
내도 웬만한 섬은 다 돌아 보았는데 창선이 그에 빠지지 않는다
후회 없을기구마
홍도 가보고 실망한거 생각하모~
돈안들고 가직은 창선한바퀴 해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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