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2023년 제20회 지리99 산정무한] 보내며
[유키]님의 마지막 올린 사진에 갱년기 타령이 적혔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환갑을 넘긴 나도 콧끝이 찡하게 매운 기운에 올라왔다.
이로서 한달여 행복하게 준비했던 잔치는 마감이 되었다.
허그를 하고 악수를 나누고 고마움을 전하고 선한 사람들은 지난 밤의 흔적을 청소한다.
전국 회원들은 각자의 집으로 빠져 나가고 밤에 멈춰졌던 술기운은 새벽에 밥 대신 정과 술로 채워져 다시 주정뱅이 컨셉으로 변해졌다.
챙기지 않았지만 나의 짐은 깨끗이 정리되어 차 안에 실리고 속지의 멤버들은 세차를 줄 세우고 성삼재 꼬불한 고개를 올랐다.
산정무한 행사가 3년 염병의 시대를 넘기고 다시 계획된다.
16회 행사가 2019년에 열렸고 이 후 염병의 시간은 천일이 넘게 만남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얼굴에 마스크가 가렸지만 일상을 되찾은 소회는 감사함이다.
지리산이 그 자리에서 매년 계절을 보냈듯이 지리99도 코로나의 시간에도 지리산을 지켰다.
모임은 못가졌지만 회원님들의 산행은 산행기로 지리99 홈페이지를 장식했고 운영진은 매년 산행기 상을 올려주신 회원님께 보답을 했다.
의견은 있었지만 17.18.19회의 산정무한은 공석으로 만들고 4년만에 개최되는 2023년 산정무한 행사는 20회로 세우기로 한다.
한달전 운영자들은 이번 산정무한에 대한 모임을 갖는다.
3월 개최 장소인 지리산롯지에 들려 행사 소품을 점검하고 마야고님께 모임 장소에 대해 공식 부탁을 드린다.
차를 타고 올라오며 가장 중요한 단체 선물를 이야기 한다.
전 회 때 만들었던 가을과 여름이 새겨진 수건을 겸한 스카프를 봄과 겨울의 컨셉으로 만들자고 정한다.
그전에 사계절의 디자인을 만들어 놓아서 월요일 나무아래 동생에게 전달을 받는다.
여러장의 샘플 사진을 운영진 회의를 거쳐 최종 선택이 되었다.
봄을 상징하는 노고단의 원추리와 비비추는 사실 여름(6월말) 사진였지만 5월에 원추리가 피기 시작한다는 억지를 써서
선택이 되었다.
회사 식당에서 마주치는 수건을 만드는 실장님께 두종류의 디자인을 건내주며 각 200장을 오더 한다.
4월 15일 [2023년 제20회 지리99 산정무한] - 행사 공지 (2023년 5월 20일 토요일)
지리다방에 공지가 올라가고 단체선물에 대한 소식.....본격적으로 행사준비에 들어간다.
년초에 운영진으로 영입된 [수야]님과 [지리n보이]님의 손이 맘의 부담을 나눠 주신다.
지리99의 운영진이라며 지리산을 많이 못 찾은 자책감에 두 아우의 합류는 마음의 빚을 줄여 주는 고마운 일이 되었다.
지리산행을 안한것은 아니다.
한달에 한번 갔던 지리산이 두달에 한번으로 줄었고 산행 후 산행기도 자꾸 빼먹기 시작하더니 손을 놓아 버렸다.
n보이나 수야 동생은 지리99의 모범이다.
어렸게 말을 꺼낸 운영자 영입의 부탁을 무거운 부담으로 받아주었다.
두 아우의 손을 보태니 새로운 힘이 쏫아난다.
[지리n보이]님는 산행기 수상자 내역을 전 회에 걸쳐 꼼꼼하게 나열해 주었고 [봄이]님은 1~20회 까지 참석 회원의 명단을 데이터 해 올렸다.
나는 6회부터 참석했고 1~20회까지 빠지지 않은 분은 [청탁불문]님 [발통기]님 [산유화]님 세분이다.
3회부터 참석해 연속으로 산행기상을 수상하신 [강호원]님의 대단한 기록도 지리99의 커다란 역사가 될것이다.
[검단산] 형님의 이름이 들어온다.
말이 없으셨던 형님은 수도권 같은 속지여서 매년 산정무한 행사 때 해영아우 고생많아~~ 하시며 힘을 주셨던 형님이셨다.
같이 다니시던 형님들도 형님의 부고와 함께 참석을 안하신다.
지난 회 참석하셨던 [백두대간늑대]님도 떠오르고 [조은산]님. 광속단의 [만복대]님......주변 분들과 같이 안 보이시니 돌아가신 분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진다.
나 착한 사람이라 얼굴에 쓰여있던 울산의 [호명] 동생도~~~ 그리운 얼굴들이다.
산행기 상품을 을 고르는 것도 고민이다.
스틱과 등산화 중에서 고르기로 했다.
스틱이야 일괄로 주문하면 되지만 등산화는 수상자에게 일일히 칫수를 물어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수고는 [산유화]누나가 전담해준다.
공식준비는 마쳤다.
[지리산롯지] 사용도 [마야고]님과 재 확인했고..
행사의 이벤트를 꾸며야 하는데 마땅히 떠오르질 않는다.
예전 산행기 상으로 제공된 [청산]의 사진전과 오룩스맵 장착과 같은 회원들과의 소통을 나누는 이벤트를 역어야 하는데~~
얼마전 [객꾼]님 산행기에 언급된 책 한트럭 실어다 고물상에 버렸단 이야기가 떠 올랐다.
안쓰는 산행용품과 책 물건등을 사고 팔고 교환하면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
준비가 부족해 큰 호응은 못 끌어 냈지만 내년에도 계속하지는 의견이 많이 나와서 내년 산정무한 때도 좌판을 만들 생각이다.
5월에 들어섯다.
꼭대형님은 타임스케줄을 지시하셨다.
회원들에게 안부인사를 겸해 행사 참석을 독려한다.
지리99의 안방과 사랑방을 차지하는 회원들 평균 나이가 60대 이상이다.
많은 회원분들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잊어 버렸다.
회원정보를 다시 셋팅하고 ( 내년에도 분명히 비번을 다시 물어 보실거다)
참석자 명단과 산행기 방의 근황을 보면 분명 세대가 교체되고 있다.
아빠엄마의 등에 실려 지리산을 누볐던 [철화옥희]님의 효정이는 22살의 숙녀로 컸고
[최규다들풀]님의 부민이는 나라를 지키러 군대에 갔다.
영원한 지리99의 막내이던 [미소 황하주명숙]의 의찬이는 태권도 시합 때문에 혼자 집에 남아 은메달을 탔다는 소식을
아빠에게 핸폰으로 전했다.
규다는 형님 우리만 나이 먹는게 아녀요....... 맞다. 지리산이 옛날보다 무지 높아지고 멀어졌다.
지리99식구들도 많이 바뀌었다.
차가 막혀 오후 세시쯤 롯지에 도착하니 식구들이 와 있다.
[진주아재]님 [장당골백곰] [객꾼]......술판이 벌려졌다.
묵혔던 걸개들을 찾아 나무에 단다.
[봄이]님은 네임카드와 선물들과 명단종이를 꺼내 접수대에 자리 잡는다.
매년 일찍와 도와주던 군산의 [시소]가 안 보인다....일에 바빠 못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석을 못하신다던 [임우식] 형님은 곱게 포장된 보령 머드비누를 한상자 보내셨다.
[엉컹키]님은 지리산이 새겨진 소주 한박스를 주셨고 [황학]님은 벌레기피제를 박스채 놓으신다.
[발통기]형님이 차에 사과와 쥬스를 실고 들어 오신다.
전남광주팀이 전멸 되었다. 총무역활을 열심히 하던 [나마스테] 아우가 소식이 없다.
형님께 전송된 병원에 누운 아우의 모습을 확인하며 ~~ 그래서 못오는구나....했다.
거진 모여지고 조별로 나눠져 음식을 만들고 반가움을 나눈다.
늘 흩어져 쓸쓸했던 수도권 모임에도 [달님안녕]님의 맛난 드립 커피다방이 자리하고 이쁜이 동생들이 분주히 다른 팀에 안꿀리게 자리를 잡는다.
포항에서 실고온 내 생전 만난 제일 큰 문어를 들고 [몽화]님이 칼질을 시작한다.
[산유화]님이 냉큼 들고 다른 팀에 자랑질을 하러 다닌다....(20회 역사 중 서울팀이 음식을 들고 다른 팀에 자랑하러 다닌 것은 처음이다).
[꼭대]님 [임우식]님 두분 형님의 부재(출장과 직장일 때문에 부득이 참석을 못하셨다)로 인해 자정까지 술을 자재하기로 했다.
매년 준비를 마치고 행사 시작전까지 버티지를 못했는데 올해는 행사 다 마칠 때까지 무너지지 않았다.
끝은 어떻게 103호에 눕혀졌는지 새벽에 눈 뜨니 [백운]형님과 [청탁불문] 형님이 혀를 차고 계셨다.
[뽓대]님과 행사 사전 조율을 마치고 행사를 시작한다.
[가객]님의 개회사와 [호돌선생]님의 안전교육 강의...(나는 왼쪽가슴에 심장이 있다는것을 육십이 넘어 알게 되었다)
산행기상 수상, 특별상. 새 운영진 소개 ..그리고 마지막 인사말..
정말 행복했습니다. 준비하는 내내 산정무한의 시간만 생각하면 그냥 좋았습니다.
지리산 같은 지리99 회원님 모두 사랑합니다........
왜 말을 그리 못하는지~~~~
그렇게 행사가 끝났다.
이 후로는 정신을 놓아서인지~~ 늘 그랬듯이 기억이 없다.
새벽에 일어나 한바퀴 돌며 잔을 받아 마신다.
아침 해장 술에 또 취한다.
누나는 아침에 문수대 갈낀데 벌서 취했냐며 타박이다.
문수대야~~ 송전탑 넘어 할매들도 다니는 암자인것을~~~
젠장,,,돼지령이 25,5km천왕봉 근처로 옮겨 놓았고 샛길은 백두대간 끄트랭이 코스였던 황철봉 너덜지대를 지난다.
양말도 안신고 후둘거리는 걸음으로 간신히 문수대에 들어섯는데 스님은 부재 중이시고 샘물은 말랐다.
어죽식당에 들어서니 울산 식구들이 앉아있다.
[잉걸]앞에 막걸리가 5병 딩군다.
[봄이] 가 집까지 데려다 줄테니 마시라 하는데,,,,,여기서 마시면 죽는다...
이를 깨물고 잔을 피한다. 어탕국수도 안 먹힌다.
마지막 병을 비우고 잉걸이 식구들은 지리산에서 하루밤을 더 보내려 술주정뱅이 걸음으로 식당을 나선다.
수원광교에 누나 내리고 봄이 내려주고 집에 와 식은 밥 한그릇 말아 먹고 따뜻한 물에 몸을 덮히고 배낭을 풀었더니
설거지가 깨끗하게 분실물 하나 없이 이쁘게 담겨있다.
덤으로 집개 두개가 더 언혀져서~~
병이 났다... 술병 + 허전한 지리99 산정무한 맴병
월요일 하루 종일 사무실 의자에 기대 지리다방의 행사 사진을 본다.
이렇게 [2023년 제20회 지리99 산정무한] 을 보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