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원로 산악인의 지리산에 대한 통한의 글

가객 | 1599
왜놈의 경찰도 손대지 못햇다는 천연요새 지리산.
만고의 은총에 힘입어 억겹의 세월을 하루같이 지녀온 지리산.
웅위 장엄하면서 인자스럽고 자연 그대로를 간직했던 지리산 이었다.

태고의 정적이 감도는 속에 산짐승 산새들의 낙원이었고 고산식물대의 보고였다.

이런 지리산에 나는 멋모르고 큰 죄를 짓고 말았다.쥐꼬리만한 지식과 길을 좀 안다는 것을 핑계로 사람들을 끌어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사람을 소개하면 열사람이 지리산을 알게되고 열사람이 알게되면 백사람이 지리산을 오른다는 기본상식도 모른채 신나게 미친듯이 돌아 다녔다.

산길은 하루가 다르게 윤이나고,길 옆 나무들은 서서히 죽어갔다.

길을 잃을세라 경상남도의 후원으로 쇠 안내표지판도 만들어 달았다.
학술조사대 명목으로 원시림에도 개척의 손길을 뻗었다.
지리산이 경치좋고 놀기좋다는 소문이 전국 방바곡곡으로 퍼졌다.

이제 인산인해의 상태를 지나서 숫제 자갈치 북새통이다.
단화를 신고 오는가 하면 샌달에 하이힐까지 등장했다.이미 곳곳에 화장실 시설이 있지만 아무데서나 닥치는되로 엉덩이를 까고 갈겨댄다.

괴석이 하루아침에 짤려 나가는가 하면 괴목조차 어이없이 베어진다.
귀한 것이나 보기좋다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어디로가나 널려있는 비닐봉지,썩어가는 오물통,새까만 똥파리떼들.....
악취는 산을 뒤덮고 한여름 주능선은 지열과 함께 숨막히는 똥 냄새...

사람들은 지리산이 중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중병이 아니라 지리산 전체가 죽어가고 있다.그래서 나는 지리산엘 오르지 않으려 한다.
아니 오르지 않으려는게 아니고 이렇게 큰 죄를 짓고 오를 면목이 없기 때문이다.
산을 아끼는 산악인으로서 지금 당장 중산리 에라도 가서 지리산에 백배천배 사죄드리고 참산악인들과 더불어 옛 지리산을 되찾는 새로운 전기 마련에 열과 성을 다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지금은 땅을 치며 통곡을 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1989년 11월 성산

*위 글은 성산 선생님께서 [우리들의 산]지에 천왕봉 초등기를 게재하시며 같이 기고한 글 입니다.그 후 선생님은 정말 지리산에 거의 발을 끊다 시피 하셨으며,만나는 후배들께 지리산은 함부로 가는 산이 아니라는 뼈아픈 말씀으로 보이지 않는 지리산 정화운동을 지금도 하고 계십니다.
4 Comments
가객 2003.11.19 14:22  
내가 지금 하고있는 이짓거리~~틈만 나면 이집에 들락거리며 씨잘데기 없는 글나부랭이를 올리는 짓거리도 지리산 중병에 일조를 하는것은 아닌지....회의가 듭니다.
꼭대 2003.11.19 14:30  
[인간]도 자연이기에, 지리산도 [인간]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역사를 쌓아 왔기에 [인간]과 지리산이 어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입니다. 문제는 [인간]이 약은 머리로 자연의 섭리를 거슬리려하는 것이 문제이지요. 환경과 쓰레기 문제에 아직까지 깊은 인식이 없었던 시절의 말씀입니다만 지리산행을 하면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할 [통한의 글]이며 지리산 관련 홈을 운영하면서 특히 명심해야할 말씀인 것 같습니다. 최근 이곳 저곳에서 언급되고 있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지리산행 문화에 있어서 책임지며 권리를 주장하는 문화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데 [지리99]가 제몫을 하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어 봅시다.
꼭대 2003.11.19 14:35  
아~ 누님, [지리산 중병에 일조를 하시는 것]이 아니라 지리산행 문화를 바로 잡아가려 애쓰고 계십니다. 깊이있고 옳바른 산행 문화를 차근차근 만들어 봅시다. 지리산 수림은 점점 짙어만 가고 있습니다.
한상철 2003.11.19 14:48  
보내주시는 글은 잘 보고 있습니다. 이미 넘쳐나는 사람들을 무엇으로 막겠습니까. 산에 드는 사람에게 가객님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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