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보령 머드 번개] 후일담 -1. <총 동원령을 발동하다>

꼭대 | 5966
2003년 03월 22일 - 23일


1. 총동원령을 발동하다


전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번개를 하루 앞 둔 금요일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보령지역에서 선무 활동을 해오신 [우식]형님의 인덕에
현지에서 답지하는 보급품 목록이 속속 접수되고 있었고
때 마침 물 좋은 횟감과 씽씽한 쭈꾸미 확보로 방어진지 구축이 완료되었다는
보령의 [번개방어사령부]로부터 들려오는 고무적인 전황에 반비례하여

보급품 공격부대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의 [번개공격사령부]에는
공격선봉부대의 젊은 대원들이 때마침 화장한 봄날 꽃놀이에 투항하고
인사이동과 중동지역 전쟁소식으로 무장한 회사에 포로가 되어버렸다는
암울한 속보가 전국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향학열에 불타 오른 <재인>님은 주말 스타디그룹에
갓 입사한 <기원>님과 <만강이>님은 토요근무 혹은 행사에
중동전과 관련 깊은 <마린보이>님은 비상근무에
장손인 <산길따라당쇠>님과 <한병민>님은 봄철 집안행사에
포로가 되어버렸다 한다.

동료들의 꽃놀이 협박에 체포되어 다압의 매화마을 포로수용소로 향한다는 <사과향>님과
일찌감치 직장행사에 포로가 된 <산돌림>님의 맥빠진 소식이 들려오고
부산의 갈매기부대를 이끌고 참전하리라 믿었던 <두류>님으로부터의
인사철을 앞세운 회사에 포로가 되었다는 석연찮은 전황에 맥이 빠진다.

구례구청에 계시는 <우번대>님은 구례의 산수유 전황으로 보아
축제 지원업무을 뚫고 오기는 어려울 거라 하시며
대신 고로쇠 두방을 비밀리에 특송해 주셨다.

비장의 미사일부대장인 <취운>님은 어이없게도 회사직원의 상가에 포로가 되었다 하고
보령의 현지에서 첩보활동 중이던 <꽃빈>님 마저
구제역 파동으로 밤샘 돼지시체 처리에 포로가 되었다 하니
사령부 상황실은 침통에 빠진다.


중대규모의 특공대를 이끌고 오겠다던 빨치산부대장인 <철화>님은
상춘놀이에 젊은 대원들을 모두 빼앗기고 분대규모도 되지않은 고작 3명만 출동한다 하니
패색이 짙어가는 [번개공격사령부]에는 일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GPS와 MD워커맨등 각종 전자무기로 무장한 전자전 특수요원인 <산하>님과
어디 공수해 놓아도 살아 돌아올 바른생활 사나이 <상철>님이
빨치산부대에 편성이 되어있어 일당백을 할거라는 믿음에
상황실은 다시 활기가 감돈다.

곧 이어, 부산에서 <산뽀>님이 사시미칼로 무장하고 기필코 참전하겠다는 전의와
<진쩜>님은 회사의 포로수용소를 탈출하여 밤늦게라도 기필코 후속지원부대를 이끌고 오겠다 몇번이고 알려왔으며
킹콩만한 <킹콩>님은 몸을 날려 방어벽을 밀고 나가 승리주를 마시자며 결의를 다져왔다.

<반야봉낙조>님은 서해낙조를 잠재우러 구미에서 출동한다 하시고
산나물부대는 기존의 <더덕>님, <고사리>님외에 <오월햇살>님을 보강하여 안산에서 출동하고
<하동바위>형님은 분대규모의 영등포부대를 이끌고 출동하신다 한다.

백무동 <초가집>부대는 9인승카니발을 새로 장만하여
보령의 방어진지 초토화 후 확인사살용 흑돼지, 삼지구엽초주 및 시골김치와
승리의 밤을 보낸 후 추억으로 잠재울 60인 살상용 시골된장찌개거리로 무장하여
천안을 우회하여 합류할 <달뜨기>님을 포함하여 전원이 출동한다는 속보에 환호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전황이 역전되었다.

번개공격부대 야전참모인 <휘모리>님이
사선을 넘어오다 결국 생업에 생포되어버렸다 흐느끼며 알려왔고
급기야는, 총사령관이신 <상봉>형님께서도
회사에 생포되어 비행기에 실려 인도 포로수용소로 향하고 있다는 비보에
상황실은 순식간 얼음장으로 돌변한다.


이런! 낭패가!

엄청난 보급품으로 중무장한 번개방어선을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
지리에서 단련된 강력한 공격부대가 대대적으로 올 거라 큰소리 치며
보령 현지에서 방어벽 구축을 위해 보급품을 독려했던 <우식>형님의 체면이
얼마나 구겨질 것인가!


비상 상황이었다.
긴박하게 총동원령을 발동하기로 한다.
집으로 전령을 내렸다.

“마눌, 당신도 출동이다!”

“머시라꼬 예? 갑자기 그라믄 우짭니……..”

“씰데엄시! 고마 마 출동하라카이! 마!”


마눌이 징집되었다는 소식에
<거칠부>장군이 참지 못하고 참전하겠다고 급보가 날아온다.
<칠부>장군 앞에 놓여있는 1차 저지선인 토요데이트를 가볍게 넘기고
보신귀향이라는 부친의 명령으로 구축되어있는 2차 저지선을 뚫어보고.


(그러나 결국 <칠부>장군은 1차 저지선은 간신히 뚫었으나 공방이 치열한 탓에
그때 이미 2차 저지선은 제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쩜>님의 후속 지원부대가 서울을 출발할 무렵 구들장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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