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모처럼 산길을 따라서 여유롭게...

지다람 | 1322
지난 주 말, 지리산은 경방기간에 접어든지라 동부 외곽의 수양산 능선과
딱바실 계곡을 다녀왔습니다.
처음부터 잡목과 산죽으로부터 여유로운 곳을 택하여 마음이 풀어졌는지
잦은 쉼과 미적거림으로 진행이 더딥니다.

덕산교 못미처에서 출발하여 삼각점이 있는 첫 봉에 닿으니 낮게 깔린 구름
위로 일출이 시작되더군요.
한참을 뭉기적 거린 후 또 삼각점이 있는 수양산을 거쳐 안부에 이르니
엄청난 벌목 현장에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넓다란 안부와 수양산 동쪽 사면을 임도와 함께 모조리 까뭉개서 처참하게
파헤쳐지고 있었습니다.

고도차 300미터의 급경사를 지그재그로 올라서니 이제부터 길은 수월해지고
전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 흔적이 역력합니다.
인터넷의 막강한 영향력인 것 같습니다.
지난 2, 3년 전만 해도 달뜨기 능선과 수양산 능선은 지리산 매니아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구간이었으니까요.

가끔씩 보이는 고령토 채취장에서 붉은 황토 사이로 하얗게 드러난 흙을 손에
뭉쳐봅니다.
여전히 찰진 흙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 옵니다.

달뜨기 능선의 감투봉, 이방산 갈림길에 올라서니 발자국 하나, 표시기 하나 볼수
없던 이곳에 길이 나뉘는 족적이 너무 뚜렷해졌음을 볼수 있습니다.
뭇 사람들의 발걸음 흔적입니다.

웅석봉 쪽으로 잠시 향하다가 오른쪽의 습지를 찾아봅니다.
가을철이라 그런지, 그동안 이곳 습지의 환경에 변화가 있었는지 조금은 왜소하게
느껴집니다.
왕등재, 세석 습지등과 함께 보존되고 지정되어야할 자연 자원입니다.

경사가 험한 딱바실 계곡을 따라 내려갑니다.
오랜만에 찾은 이곳도 역시 발걸음 흔적과 표시기가 자주 눈에 띕니다.
까마득한 협곡 지대를 피하여 급경사 사면을 타고 내려서면 너덜지대와 여러차례
움막터를 볼수 있습니다.
협곡 건너편에서 짐승들의 다툼소리가 심상찮게 들려옵니다.
소름이 끼치지만 짧고 강한 톤으로 몇차례 소리를 질러 나의 위치를 확인해 주니
잠시후 소리가 잦아듭니다.

간신히 계곡과 만나 한적한 맛을 즐기면서 내려서다가 지계곡을 치고 웅석봉쪽
으로 올라서려던 계획을 잊어버립니다.
쉬엄쉬엄 오히려 계곡을 벗어나 점심식사를 할까 두려워 더욱 천천히 내려갑니다.
자그마하지만 멋진 폭포 아래서 이르지만 1시간 정도의 느긋한 점심을 즐깁니다.
지계곡 오르기를 포기했으니 얼마나 넉넉한 여유던지요.

계곡하단부는 소형 댐 공사로 파헤쳐져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흙탕물은 500 여미터 못되어서 깨끗한 물로 살아납니다.

정말 모처럼 산길을 따라 느긋하게 걸었습니다.
덕분에 서울에 올라와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답니다.

(^_^) 지다람 / 윤 재정
1 Comments
우듬지 2003.12.03 13:10  
지다람님. 언젠가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고 한적 있습니다. 오늘 지리99 송년회에서 만났으면 하는데 시간 좀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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