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아름다운 밤'과 '우울한 낮'...

산돌림 | 1381
어젯밤은, 정말 좋았습니다.
늦게나마 송년회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고,
오랜만에 반가운 이들도 만났으니 당연히 좋았지요.

그리고 그것 못지않게 "좋았던" 건
"온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엄청나고도 신기한 체험이었습니다.

우선, 행사가 예정보다 일찍 끝났습니다.
공연장을 빌려 처음으로 하는 대규모 행사라 걱정이 많았는데, 일사천리로 진행 끝...
서둘러 뒷정리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왔지요.

워낙 외진 곳이다보니 시내버스도 한 대밖에 없고, 그나마 배차간격도 들쑥날쑥 합니다.
택시도 잘 들어오지 않는 곳이니 좀 걸어나가 택시를 타야겠다 싶었는데, 이게 웬 일입니까!
버스정류장에 가까이 가니 막 멈춰 서는 버스가 보이더군요.
'옳다구나,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하늘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전철역에 들어가니 곧바로 의정부행 전철이 들어오고...
신도림역 지하 계단을 내려가니, 전철 문이 막 열리는 참이었습니다.(^_^)

수도권의 모든 대중교통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고,
마치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손길이 있어, 나를 "돈바우 감자탕"집으로 이끄는 듯하였습니다.
영화 제목을 빌리자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쯤 되겠지요...

* * * * * * *
그런데... 오늘은... 망했습니다!!

어제 행사에는 회원들의 미술작품 전시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뒷정리를 할 때, 급한 마음에, 끌차 위에 액자 하나 놓고 신문지 한 장 덮고,
또 액자 하나 놓고 신문지 한 장 덮고... 해서 모두 17점을 한번에 사무실까지 날랐지요.
사무실 한쪽에 끌차째로 내팽겨쳐 놓고 불 끄고 문 잠그고 달려갔었는데...

오늘... 겨우 몇 시간 동안의 전시가 아쉬웠는지, 앞으로 1주일쯤 1층 로비에 전시를 하자고 하더군요.
그러시라 하고 끌차를 1층으로 끌고 내려가 신문지를 벗겨 보니...
이런! 액자가 엉망입니다.
귀퉁이가 쪼개지고... 벌어지고...
이젤은 다 펴뒀는데, 정작 그 위에 올릴 작품들에 문제가 생겼으니...

아마 어젯밤 50미터 정도의 보도블록 위를 우당퉁탕거리며 끌고 왔는데,
그 와중에 문제가 생겼던 모양입니다.
그나마 17개 중에 5개만 망가졌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ㅠ.ㅠ)

작품 주인들이 보기 전에 우선 원상복구시키는 게 급선무라 액자를 만든 사람을 불러두긴 했습니다만,
신문지를 들췄을 때의 그 충격적인 장면이라니!! 콩닥콩닥...

어쨌거나, 이래서 오늘 다시 한 번 세상의 "진리"를 되새기게 됩니다.

"이 세상엔 결코 아름다운 밤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며,
또한 이 세상은 결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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