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이마 위에서 교태를

아차산 | 1511










쓸쓸한 돌부처가 애써 미소짓는

상선암 초겨울 뜨락



부서진 겨울낙엽이 나딩구는 모퉁이는

도락산 들머리

어느 사이 나의 발길을 끌어올린다



언덕 같은 보드라운 굽이 길 지나

등로는 곧 바로 된비알



나무계단 철계단 번갈라 올라

힘겹게 내딛은 첫 봉우리 제봉 -

이마에 맺힌 송송 땀 닦으며

가쁜 숨 가다듬는다.



끊긴듯 이어지는 암릉길

하늘의 정성이 깃든 분재 소나무

바위 틈새로 내뻗치는

단아한 자태를 지나니

의젓한 형봉이 맞는다



잘룩한 갈림길 지나

가쁜 숨 몰아쉬니

도락의 미남 신선봉이

가까이 용두봉 수리봉 멀리 소백산까지

시원한 조망을 선물한다



바윗길 평지길 휘돌아

숨돌릴만 하니

도락 정상



표정없는 964m 표지석 옆으로

수줍은듯 다소곳 서 있는 아담한 돌탑

욕심없고 착하기만 한 사람들의

정성이 돌 하나하나에 녹아 있다



오던 길 되돌아

다시 삼거리

왼쪽 단애길로 들어서니



창검인양 날카로운 다섯 손톱 치켜들고

농염한 표정으로 사내들을 후리는

채운봉이

이마 위에서 교태를 부린다



신선봉 형봉 짜릿한 절벽성곽이

병풍처럼 펼쳐 있는

여기가 바로 도락산 제1 조망대(眺望臺)



검봉 범바위

철계단 흔들바위 지나

전망바위에 올라서서

한모금 목을 축이고

다시 내림길 이어 가니

큰선바위 작은선바위



어느 새 산행 끝인가

하산이 아쉬워

이름없는 바위에 걸터 앉아

월악 줄기 둘러보며

가산교 내려본다



날머리 콩크리트 길을 피해

가을걷이 끝난 밭길로

방향을 틀어 섰으나

동승 석상이 오줌줄기 자랑하는

상선암 가는 길은 그래도 지척이다



******** 글 아차산 20003.12.4 목요일 도락산 산행을 마치고 *********







도락산(964m)은 소백산과 월악산의 중간쯤에 형성된 바위산.

현재일부가 월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산을 끼고 북으로는 사인암이 서로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이른바 단양팔경의 4경이 인접해 있으며 주변경관이 아름답다.



도락산이라고 산이름을 지은이는 우암 송시열 선생.

"깨달음을 얻는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산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일찍 출발하면 계절에 관계없이 당일산행도 가능하다.

2 Comments
꼭대 2003.12.08 09:47  
어줍잖은 형용사를 끼워 맞추어 장황하게 늘어놓던 저의 후일담이 부끄러워집니다. 그렇게 하여도 마음에 담아온 산길과 주변 경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찝찝함에 몇번이나 수정을 하곤 했는데 형님의 시로 표현한 산행기를 보니 잛은 표현 속에 산길이나 산행의 느낌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닿아옵니다. 산을 표현한 많은 시가 있습니다만 느낌만이 담겨있는데 이 시에는 느낌 뿐만 아니라 산행 기록까지 시적 표현을 빌어 포함되어 있으니 산행시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시는군요. 앞으로 좋은 산행기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공수 2003.12.08 22:00  
위 꼭대형님 말씀처럼 깔끔한 시가 훨씬 서사적입니다. 3~4조의 가락을 읊듯 7~5조의 가사를 듣는 느낌입니다. 아차산형님! 여전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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