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야단 맞을까 봐.........

설탕 | 1323
지금 바짝 주눅이 들어서
시장 봐 온거 냉장고 안에 정리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혼자 법썩을 떨고 있습니다.

방학을 한 아이가 내일 내려 온다고
어제 택배 짐을 받았거든요.
아마,
그 지지바는 오자마자 냉장고 검사부터 할 것이고
이불 냄새를 맡으려 들 것이며
옷장을 들여 다 볼 것이 뻔합니다.

그리고는
"굶어 죽을라카나"
"이기 뭐꼬? 뭐하고 살았노?"
주저리주저리 잔소리를 늘어 놓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어미는
그 잔소리가 더 없이 신나고 즐겁습니다.
드디어 사람의 냄새가 이 방에 풀풀 날라 다니고
그 냄새 따라 여자가 되고 에미가 되고 사람이 되는 것을 느끼니까요.

한때,
그 녀석을 서울로 보낸 것을 무척 후회했었지만요...
아, 나는 오늘 밤
우리가 만나는 그리움의 끝에서 다가오는
희열에 들떠 신바람 날리며
이 방 저 방을 뛰어 다닙니다.

아가야.
(스무 살의 아깁니다)
에미는,
니 살 냄새가 그립다.
아직도 폴폴 흩날리는 젖내 나는 고 솜털이 그립다.

요롷게
오도방정 떨다가 또 야단을 맞습니다.
- 우리 모친 언제 철 들꼬?
2 Comments
꼭대 2003.12.23 20:28  
님과 님이 토닥거리며 즐거운 겨울을 보내겠군요. 언제 한번 지리자락에 소금 뿌리며 동행하기를 바랍니다. 으흠.... 설탕물에 소금을 타면 우찌될지 언제 한번 실험해 봐야겠습니다.^^
임우식 2003.12.24 08:33  
방안 가득.. 사람의 (정) 냄새가 진동을 하겠군요. 그 오동방정으로 그리움이 삮여질런지....모녀지간에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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