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난, 수류탄!!
9시 40분에 도착한다던 기차가
10여분 늦어지고 있습니다.
늘 그렇지만 나는
집에서 있던 그대로 부시시하게
- 가출한 40대 아지매 모습이 이런 걸까 싶게.
출찰구 쪽에서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마음 한구녁에는
지 아부지가 있어서
서로 적당히 땟국 묻은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중년 부부의 그렇고 그런 구색이라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 않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웅숭거리고 서서
사람들이 들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낯익은 얼굴을 찾아 기웃거리는 게 그리 나쁘지만도 않습니다.
은근히 설레이기까지 한 걸요.
저많은 낯선 얼굴들이 속속 지나가고
어느 틈에서 배시시 웃으며 한 걸음만 폴짝 뛰어
반가움을 표시해도 난 그만 와르르 무너지니까요.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와
부산으로 가는 기차가 동시에 들어 왔나 봅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봇물 터진 저수지처럼 쏟아집니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듯이 케익 상자 하나씩을 들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엔 케익을 먹나 보지요?
ㅎㅎ
이늠도 공식같은 저 케익 상자를 안고 나올까요?
아르바이트하니 당분간 돈 안 보내도 된다더니 얼마나 벌었을까요?
지 에미 빨간 내복이라도 한 벌 쌌으면....
난
당연히 넘들 하는 말을 해야겠지요?
-공부나 할 것이지 이런 걸... 하하하
한대중...빠져 나간 것 같은데 이늠은 아직 나오질 않네요
은근히 걱정이 앞섭니다.
행여 자다가 놓쳐 버리고 기차랑 같이 떠나버린 건 아닐까?
아니지요.
-이제 막 대구역으로 들어가고 있어.
조금전에 그늠이 그랬거든요.
걱정을 가로 막고 그늠이 나오고 있습니다.
친구랑 동행이네요.
중학교 동창이군요.
우선 보이는 게 '베스킨라빈스'쇼핑 봉투입니다. ㅎㅎ
근데 왜 그걸 친구 아이가 들고 있는지요?
"엄마!"
"안녕하세요?"
"응, 오니라고 욕봤다. 안 춥더나?"
난 무지 친절해 집니다.
" 엥? 우리 모친 와 수류탄됐노?"
"........"
"무신 옷이 그렇노? 빵빵한 기이..꼭 수류탄 터줄라꼬 안전핀 빼 논 거 것따"
요런요런..요롷다니까요.
산에는 가고 싶고...자꾸만 이런저런 사사로운 일들이 생기고...
그래서 애써 장만해 놓은 우모복 입어 볼 기회도 마땅찮아
이 때다 싶어 입고 나갔더니......빵빵한 거 압니다...
흑흑
이만원짜리 동네 아지매 파마가 베개 위에서 두어 번 곤두박질 치고,
지 허벅지에도 못미치는 이 다리가 숏다리임도 인정하지만요
보자마자 지 에미를 그냥 냅다 '수류탄' 이라 해대다니......
흑흑
'베스킨라빈스'의 이쁜 봉투는 그 아이가 그냥 들고 갑디다.
그러고는요
"모친, 내 햄버그밖에 몬 묵었는데 밥 있제?"
그래서 지 모친은 일장춘몽, 한순간의 꿈 버리고
'수류탄'이 되어서... 그래도 화력 좋게 지지고 볶고
그늠을 위해 크리스마스를 채우고 있습니다.
10여분 늦어지고 있습니다.
늘 그렇지만 나는
집에서 있던 그대로 부시시하게
- 가출한 40대 아지매 모습이 이런 걸까 싶게.
출찰구 쪽에서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마음 한구녁에는
지 아부지가 있어서
서로 적당히 땟국 묻은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중년 부부의 그렇고 그런 구색이라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 않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웅숭거리고 서서
사람들이 들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낯익은 얼굴을 찾아 기웃거리는 게 그리 나쁘지만도 않습니다.
은근히 설레이기까지 한 걸요.
저많은 낯선 얼굴들이 속속 지나가고
어느 틈에서 배시시 웃으며 한 걸음만 폴짝 뛰어
반가움을 표시해도 난 그만 와르르 무너지니까요.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와
부산으로 가는 기차가 동시에 들어 왔나 봅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봇물 터진 저수지처럼 쏟아집니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듯이 케익 상자 하나씩을 들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엔 케익을 먹나 보지요?
ㅎㅎ
이늠도 공식같은 저 케익 상자를 안고 나올까요?
아르바이트하니 당분간 돈 안 보내도 된다더니 얼마나 벌었을까요?
지 에미 빨간 내복이라도 한 벌 쌌으면....
난
당연히 넘들 하는 말을 해야겠지요?
-공부나 할 것이지 이런 걸... 하하하
한대중...빠져 나간 것 같은데 이늠은 아직 나오질 않네요
은근히 걱정이 앞섭니다.
행여 자다가 놓쳐 버리고 기차랑 같이 떠나버린 건 아닐까?
아니지요.
-이제 막 대구역으로 들어가고 있어.
조금전에 그늠이 그랬거든요.
걱정을 가로 막고 그늠이 나오고 있습니다.
친구랑 동행이네요.
중학교 동창이군요.
우선 보이는 게 '베스킨라빈스'쇼핑 봉투입니다. ㅎㅎ
근데 왜 그걸 친구 아이가 들고 있는지요?
"엄마!"
"안녕하세요?"
"응, 오니라고 욕봤다. 안 춥더나?"
난 무지 친절해 집니다.
" 엥? 우리 모친 와 수류탄됐노?"
"........"
"무신 옷이 그렇노? 빵빵한 기이..꼭 수류탄 터줄라꼬 안전핀 빼 논 거 것따"
요런요런..요롷다니까요.
산에는 가고 싶고...자꾸만 이런저런 사사로운 일들이 생기고...
그래서 애써 장만해 놓은 우모복 입어 볼 기회도 마땅찮아
이 때다 싶어 입고 나갔더니......빵빵한 거 압니다...
흑흑
이만원짜리 동네 아지매 파마가 베개 위에서 두어 번 곤두박질 치고,
지 허벅지에도 못미치는 이 다리가 숏다리임도 인정하지만요
보자마자 지 에미를 그냥 냅다 '수류탄' 이라 해대다니......
흑흑
'베스킨라빈스'의 이쁜 봉투는 그 아이가 그냥 들고 갑디다.
그러고는요
"모친, 내 햄버그밖에 몬 묵었는데 밥 있제?"
그래서 지 모친은 일장춘몽, 한순간의 꿈 버리고
'수류탄'이 되어서... 그래도 화력 좋게 지지고 볶고
그늠을 위해 크리스마스를 채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