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또 다시 열풍의 나라 이란으로 떠나며

꼭대 | 3302
이맘때면 이란도 한여름이라 오십도를 오르내리며
열풍이 불어댑니다.

낮에는 바람 한점 없는 불볕더위가
소나기 내리듯 화살촉처럼 얼굴에 쏟아져 내리고

밤이 되면 다행히 바람이 불긴 합니다만
열풍이 불어댑니다.

[불어라 열풍아 밤이 새도록] 유행가 가사처럼
해일처럼 불어오는 열풍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
밤하늘의 별 헤기도 할 짓이 못 되어
이맘때면 밤도 낮처럼 괴롭습니다.


더위를 식혀줄 술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이란에서
검은 차도르에 감추어진 이란 여인들의 뽀얀 얼굴과
그림처럼 짙은 눈썹아래 애수에 찬 깊은 눈동자를 훔쳐보는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되어줍니다만

이마저 코란의 법률로는 금기로 되어있어
그리 오래가지는 못 합니다.


이열치열 요법을 쓸 참입니다.
반바지를 입고 들어가야 하는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며
열풍을 이겨볼 참입니다.

(이란에는 남자끼리도 민몸을 보여주는 것이 금지 되어 있습니다.)

시골 대중 목욕탕처럼 조그만 사우나에서
낡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에 호흡을 맞추어
자전거 패달을 밟거나
낯선 외국인 주위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맴도는 심부름하는 소년을 상대로
탁구공을 주고받으며 땀을 흘려볼 참입니다.

칸막이로 되어있는 목욕실에서 땀을 씻어내고 나면
갈증을 해소해줄 맥주 한 모금 없는 것이 여전히 아쉬운 일입니다만
열풍보다 뜨겁게 데워진 몸은
열풍을 이겨낼 만 하게 됩니다.


그리고 책을 읽을 참입니다.
열풍의 기억으로부터 모든 것을 다 잊고 책에 빠져 있노라면
절로 잠이 들어 어느새 아침이 되어줄
책을 읽을 참입니다.


칠선봉 청솔가지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소슬바람을 그리워하며
열풍을 이겨내다가
8월 11일 돌아올 예정입니다.


그때 쯤이면
애써 이겨내야 했던 열풍이 은근히 그리워지고
주체할 수 없었던 땀방울마저 그리워지게 되면
솔향기 듬뿍 담긴 소슬바람을 찾으러 지리로 들게 되겠지요.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1 Comments
영영 2003.08.05 10:03  
잘 다녀 오시길....유익하고, 보람있고, 성과있는.....그리고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To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