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치밭목능선] 공략사 맛보기

꼭대 | 1980
[치밭목능선]이라면 어지간한 지리산 지도에는 나오지 않는 명칭입니다.
최근 [사람과 산]지의 부록으로 붙어온 지도에 [치밭목능선]이란 이름이 나오더군요.

말하자면, 장당골과 한판골 사이 대원사 뒤쪽 능선을 말하는데
대포리에서 시작하여 대원사 뒤로 이어진 능선이 한판골길을 가로질러
비둘기봉으로 올라 치밭목산장까지 이어진 능선을 말합니다.


지난 4월 12일
모든 능선과 골짝에는 각각 하나의 길이 있다는 신조를
신앙처럼 믿고 있는 <철화>님을 대장으로 하여
<우듬지>형님을 비롯하여 <상철>님, <덕이아배>님, <왕이뿌이>님등
프로급으로 구성된 산행팀이 문제의 [치밭목능선]공략에 나섰지요.

그날 산행하기 딱 좋은 얇은 구름 높게 낀 선선한 날씨였으나
결론적으로 [치밭목능선]공략은 한판골 만나는 곳에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3시간 예상한 거리를 7시간 소요하여 올라왔으니 무시무시한 산죽 숲에 질려
쟁쟁한 프로들이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그날 이후 [치밭목능선]은
[황금능선]은 비교도 되지않을 만큼 무시무시한 산죽 숲이라는 악명만 덧붙여져
범접하지 못할 능선길로 저희들에게 알려졌지요.


[치밭목능선]의 산행이야기가 전설처럼 잊혀져 갈 지난 8월 어느날
<가객>누님께 안부전화를 드렸더니
조금 전 지리산에서 돌아왔는데 이틀동안 연거푸 [치밭목능선]공략에 나섰으나
격퇴당하고 말았다고 울먹이시더군요.

일행 두명과 함께 대포리에서 [치밭목능선]을 따라 가볍게 치밭목으로 가서
동부능을 따라 내려오리라 작정을 하셨는데
하루종일 공략에도 불구하고 완강한 산죽 숲의 저항에 밀려
결국 대포리 아스팔트 위로 튕겨져 나오시고 말았지요.

그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싶어 불퇴전의 각오로
비박 준비도 하지 않은 일행들과 판초 우의로 간신히 지붕만 만들어
대포리 길 옆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다시 도전하게 됩니다.

<가객>누님은 올해 연세가 56세로서 <우듬지>형님과 갑장이신데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첫날 워낙 진을 빼 놓아버린데다가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바로 다음날 공략에 나기에는 좀 무리였지 싶습니다.
결국 2차 공략도 실패하시고 훗날을 기약하며 부산으로 돌아오셨다 하셨지요.

그날 저에게 전화로 무시무시한 산죽 숲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시는데
지난 4월의 <철화>님 팀의 공략 후일담 보다 더 질리게 합디다.



얼마 전 9월초 드디어 <철화>님과 <상철>님이 팀을 이루어
지난 4월 못다 이은 그 길을 무재치기폭포에서 부터 시작하여 치밭목산장에 도착함으로써
[치밭목능선]산행을 완성하게 됩니다.
한번에 다 이어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우리는 이분들의 노고에 힘입어 그 능선길의 처음부터 끝까지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지요.


그런데 내일
지난 8월 대포리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던 <가객>누님께서
[치밭목능선] 3차 공략길에 오른다 하십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을 뛰어넘어 무시무시한 분이십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들 곁에 계시다는 것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내일은 기필코 완주하셔서 저희들은 흉내도 내어볼 수 없는 기쁨을 누리시기 바라며
1,2 차 공략기를 포함하여 [치밭목능선]공략의 대서사시를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안전산행 하시고 이곳에 올려질 무사 귀환의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5 Comments
철화 2003.09.22 15:05  
관건은 한판골등로 만나는 곳에서 심밭골등로와 만나는 곳까지의 산죽과의 싸움(지난 4월 거의 3시간 소요)과 더불어 심밭골등로에서 비둘기봉으로 올라치는 초입의 산죽과의 싸움...그리고 암릉구간이 관건입니다. 부디 안전산행하시길 바랍니다. 혼자서는 사실 무리가 있습니다. 저도 상철이가 없었다면 갈 엄두도 내질 않았을겁니다... 조만간 지난 4월에 올랐던 대포리에서 삼밭골등로까지의 산행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상철 2003.09.22 16:21  
천왕봉 뒷모습과 황금능선을 구경하기 좋은 능선이죠. 명칭은 성락건님의 자료에 보이는것 같습니다. 가물가물 하지만 대포리 초입에서 밤나무 과수원을 따라 올라서면 길은 있었습니다. 능선을 올라서면 초반부에 장당골 방향으로 흐르는 지점만 조심하면 한판골 등산로 부근까지 그런대로 갈만합니다. 몇곳 산죽때문에 각개전투로 희미해 지기는 하지만 문제는 한판골 등산로부터라고 할 수 있죠.
우듬지 2003.09.22 17:20  
꼭대아우 글중 "그날 산행하기 딱 좋은 얇은 구름 높게 낀 선선한 날씨였으나..." 가 아니였고 초여름같은 더운 날씨로 애를 먹었습니다. [본 지리산행기 8번]의 당시 산행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한편으로는, 바람기 한점 없는 초여름 같은 더위가 컨디션을 해치며, 더군다나 덕이의 몸상태도 좋지 않아 진행을 더디게 하였다. 나 역시 처음 신는 등산화로 초반부터 오른쪽 발 뒤꿈치의 피부가 상해 오르는 것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꼭대 2003.09.22 17:25  
그러셨군요. 그시간 저는 님이랑 시루봉에서 구제봉 능선을 타고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에는 운무가 자욱하더니 곧 풀리고 악양벌판 청보리에서 일어오는 바람결에 힘든줄 몰랐었지요.
가객 2003.09.22 17:34  
우듬지 갑장님 전화받고 깜짝 놀랬어요! 모두들 신경 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남자둘 여자하나(내) 세사람이 갑니다. 코스는 유평~한판골고개~신밭골고개~비둘기봉~치밭목(1박)-써레봉~중봉~??? 공단직원들 잡아로 올까봐서...... 다녀와서 얼치기 산행기 올리께요.

To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