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다방
미니 굴삭기 사용후기
기계치 선발대회가 있다면 우승도 넘볼 수 있는 내가 내 손으로 직접 포크레인을 운전해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는데 세상에나~~이런일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ㅎㅎ
내가 이렇게 감격하는 것은 이미 말했다시피 나 유진국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기계치라는 거
특히 포크레인같은 중장비는 일생에 한번이라도 사용해보게 되리라는 기대를 개미 똥꾸멍만큼도 해본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비록 미니 포크레인이지만 그 엄청난(?) 장비를 내가 내손으로 직접 운전해서 감나무 밭 배수로를 정비하고
새 배수관을 묻었다는거 아니겠습니까?ㅋㅋ 이걸 직접 하지않고 <안돼~사람 불러야돼~ > 했더라면
텔레뱅킹할 때 손가락이 제법 떨렸을텐데 말입니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았네요. 이웃 사는 형님이 군농기계 임대사업소에서 미니굴삭기를
빌려 사용하는 것을 우연히 보고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그 형님에게 굴삭기 사용법을 물어보고 운전실습도 그자리에서 잠시 해 보았는데
굴삭기 사용하는 거 숙달만 되면 해볼만(? ㅋㅋ) 하겠더군요.
농기계사업소에 임대 신청할 때 굴삭기 운전경력을 묻길래 (잠시)있다고 둘러대었습니다.
물론 괄호안의 말은 생략했지요. 사고 위험때문에 운전경력이나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굴삭기같은 장비는 빌려 주지 않거든요.
장비임대 예약한 날은 공교롭게도 4월 초순 강풍이 엄청나게 불어대던 날이었습니다.
솔직히 겁도 나던 차에 나는 잘되었다 싶어 비바람을 핑계로 임대예약을 한 주 연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주에도 예약 일에 비 예보가 있어 나는 또 잘되었다 싶어 한번 더 연기한 뒤
세번 째 예약일에는 배수진의 각오로 심호흡 하고 장비임대사업소로 갔습니다.
과연 사업소 직원이 굴삭기를 한번 운전해보라고 하는데 이웃 형님집에서 잠시 운전해본 것과 메이커가 다른거네요.
운전해본 것도 한달 전이고 여러종류의 핸들 중 일부는 위치가 다른 것 같고 조작해보았던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침착하게 흙을 한삽 퍼서 옆으로 부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되길래 그 동작만 반복했습니다.
한참을 같은 동작만 했더니 헐~ 백록담과 지리산이 하나씩 생기네요.
참을성있게 지켜보던 직원이 그만하고 앞 뒤로 움직여보라고합니다. 나는 앞으로 가겠다고 해놓고는 뒤로 가면서
메이커가 달라서 조금 헷갈리지만 장비가 깨끗해서 맘에 든다고 너스레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그 직원 표정을 보니 대충 이랬네요. ( 이 아저씨는 장비 사용해본 적이 전혀 없구만... 움직이는 거만 겨우
어디서 배운 모양인데 저 겁먹은 표정이 참으로 가관이다... 이거이거 빌려줬다가 사고나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닌게 아니라 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첫번째는 트럭에 실어온 장비를 땅위에 내릴 때 아찔한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트럭에 사다리를 걸치고 장비를 조심조심 내리는데
바퀴가 수평상태에서 사다리가 놓인 각도로 바뀌는 순간
갑자기 기우뚱하는데...하이고~~ 손발이 오그라들고 끔직했던 순간이 그날 밤 꿈에 나타날 정도로
아찔했습니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몸이 갑자기 기우뚱하니 중심을 잡는다는게 그만 핸들을 잡고 당겨버렸네요.
조심조심 엉금엉금 기어 내려와야 하거늘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대신 악셀을 밟고 돌진하는 것처럼
그냥 순식간에 하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 살아서 내려왔습니다.
작업이 기다리고 있는 감나무 밭까지 이동하는데 좀 보태면 전차를 운전하여 전투에 나서는 병사의 심정이었달까?ㅋㅋ
하여튼 엄숙한 마음으로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이것저것 핸들을 밀고 당겨보며 조작법을 익혀보는데
도대채 맘대로 되는게 없습니다. 굴삭기 바가지를 숫가락이라고 한다면 숫가락으로 밥을 퍼서 입에 못넣고 어깨 너머로
홱 던지기를 반복하고 국을 떠서 입에 가져가다가 제기랄~~그만 무릎에 쏟아버립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려다 눈에 철퍼덕 붙기도하고...하여간 대화가 안통하는 기계의 손을 빌려 일을 하려니 답답해서 그냥
삽들고 하는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참고 연습 또 연습하니 겨우 겨우 숫가락질이 되네요.ㅎㅎ
운전이 좀 익숙해지니 ㅎㅎ 이렇게 재밌을 수가...배수로를 만들다 원추리가 보이길래 집주변에 이식하여
꽃을 보고싶은 여유까지 생겨 원추리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사고란게 항상 이런 방심의 순간에 찾아오네요.
이틀 작업 중 첫날은 조작법 익히느라 일을 별로 못하고 이틀째는 일이 된다 싶어 속도를 좀 내어보는데
한번은 글삭기 바가지가 큰 바위밑에 끼어 버렸습니다. 굴삭기로 들어올릴수 있는 바위가 아니어서
끼인 바가지를 빼내야하는데 바보같은 기계치가 핸들을 반대로 당겨버렸습니다.
이게 앞에서 말한 두번째 사고입니다. 굴삭기가 갑자기 기우뚱 기우뚱하다 옆으로 기울더니 나를 옆 도랑에 홱
패대기쳐버렸습니다. 굴삭기도 거의 넘어질 뻔 했는데 하나님이 보우하사 오뚜기처럼 흔들흔들하더니
다시 균형을 잡고 서는 바람에 내가 옷을 좀 버리고 얼굴에 머드팩을 한 것외 피해는 없었습니다.
웃기는건 하마터면 대형사고가 날 뻔 했는데 우째 이런 순간에도 남의 눈치가 보이던지...
어이없게도 나는 멀리서 쑥을 캐던 할머니 두분이 나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봤을까 싶어
도랑에서 엉거주춤하고 상황을 지켜보았다니까요.글쎄~~ㅎㅎ
다행히 못본 것 같아서 옷을 툭툭 털고 다시 굴삭기 위로 올라갔지요.
우째우째해서 배수로 흙을 파내고 새 배수관을 묻은 뒤 흙메우는 작업을 끝까지는 못했지만 비슷하게 해냈습니다.
아직도 숙달이 되지못해 어떤 작업은 포크레인이 빠를까 그냥 삽으로 하는게 빠를까 고민하기도 하지만
다음에는 더 큰 포크레인도 운전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읃게 큰 수확인거 같습니다.
사실 미니 포크레인은 네가지가 부족합니다. 덩치가 작아서 힘이 부족하니 왠만한 돌하나 제대로 들지못하고 키가 작으니
조금 먼곳에는 손이 잘 안닿고 경사진 곳에서 작업하면 넘어지기가 쉽고 바퀴가 고무판이라 마른 땅이 아니면 이동에
애를 먹습니다. 하지만 작은만큼 큰 장비가 들어가기 곤란한 곳에 들어가서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니 오해하지는 마시길...
참고로 요즘은 군마다 농기계임대사업소가 있어 트랙터, 미니굴삭기,관리기,경운기,동력제초기,동력운반차, 구근수확기등
농기계를 농민들에게 저렴하게 빌려주고 있습니다. 농사 규모가 작아서 농기계 사용일수가 년간 며칠 안되는 경우에는
큰 돈을 들여서 구입하기보다 임대로 쓰는게 훨씬 경제적이라 판단됩니다. 따라서 농기계를 구입계획이 있으신 분은
임대도 한번 생각해보심이 어떨까합니다. 그리고 행정기관에서 미니굴삭기등 농기계 운전교육도 무상으로 주선해주기도
한다고하니 필요하신 분은 면사무소로 알아보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