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칼럼

[숲나들이]노고단… 꽃이 되고, 새가 되다

꼭대 | 2156
[숲나들이]노고단… 꽃이 되고, 새가 되다
박계순 

기사 게재일 : 2014-08-27 06:00:00


             

 막바지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도 그 틈에 끼어 오랜만에 청량한 바람 맞는다.

 천은사를 지날 때는 늘 기분이 찝찝하다. 문화재 관람료를 내란다. 지나는 버스를, 승용차를 세우고 한 사람당 1600원씩 걷어간다. 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니 걷어 가겠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순천에서 어떤 분이 소송해서 승소 하셨다던데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닌가보다. 우리를 숨쉬게 하는 숲에게 공기사용료를 내는 사람 있는가? 국도를 통과하면서 통행료를 받는 지자체가 있는가? 혹시 천은사를 왼쪽에 두고 성삼재 가는 길목이 원래 산적들의 소굴이었을까? 버스 앞자리에 앉아 별생각을 다 하면서도 돈은 낸다. 상한 기분을 차창 밖 숲이 달래주니 또다시 맑은 바람이 인다.

 변덕도 심하다. 이러니 나는, 사회를 쫌이라도 변화시키는데 아무 힘이 되지 못한다.

 

 안개같은 구름에 사라졌다 나타났다

 

 성삼재에 가까이 가니 한쪽 차선은 주차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고단을 좋아한다. 해발 1507m인 노고단은, 차를 이용하면 성삼재주차장에서 편한 신발 신고 올라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경사와 너른 길이 닦여있다. 그래서 여름휴가 때 보면 마치 관광지 같다.

 젊은 부부가 어린 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숲길을 걷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회사원들의 연수인지 젊은 남녀들의 패기어린 모습은 신선함을 준다.

 초등학생들의 재잘거리는 무리들은 즐거움을 준다. 3대가 모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화목하다. 부부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동료끼리 또는 홀로, 숲길을 걷는 모습은 아름답다.

 잠자리를 놓아주며 “자! 자연으로 돌아가거라!”하는 꼬맹이가 이쁘다. 그러나 노케이블카다! 노고단까지 만이다. 힘들어 산을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평지에 숲을 만들면 될 일이다. 미국의 센트럴파크나 영국의 공원들처럼(가보진 않았으나), 일산 호수공원처럼 사람들 가까운 곳에 편히 산책할 수 있는 숲을 만들면 될 일이다. 후손에게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물려줘야 할, 후손에게 빌려 쓰고 있는 지리산에 또 다시 케이블카 운운한다니 참으로 우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금을 잘 쓰는지 감시해야하지 않을까?

 안개 같은 구름이 노고단을 감싸고 있다. 안개 같은 구름에 사람들도 꽃들도 사라졌다 나타났다 숨바꼭질한다. 다래가 열매를 키워가고 참개암나무가 열매를 키워가고 마가목도 곁에서 거든다. 쥐다래도 분홍으로 물들였던 잎을 초록으로 바꿔가는 중이다. 개다래 또한 초록 잎을 새하얀 꽃처럼 분 발랐다가, 열매를 만들고 나니 해야 할 일을 하라고 흰빛을 거두고 있다.

 황벽나무는 탱자열매 비슷한 향을 폴폴 날려대며 발길을 멈추게 한다. 추운 겨울날 양식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간 스님을 기다리다 그만 굶어죽고 만다는 동자승의 슬픈 전설을 지닌 동자꽃이 만발이다. 슬픈 전설이 슬프지 않은 시대이다.

 길섶 말간 귤빛의 원추리는 오가는 이들에게 지리산 나팔을 불어준다. 그 나팔소리를 듣는지 마는지 사람들은 무심하다. 지리산 원추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팔에 담았을까? 맑은 여름날의 나팔소리와 안개구름이 자욱한 날의 나팔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발길이 한가로운 날의 나팔소리는 다를 것 같다. 여명의 소리, 해질녁의 소리 또한 다를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팔모양을 가진 꽃들이 많다. 금강초롱, 도라지모싯대, 도라지, 메꽃등….

 

 자신을 알리는 데 최선인 꽃들

 

 어떤 형태의 꽃이든 모든 꽃은 누군가에게 자신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한다. 참 성실하고 한결같다. 원추리에 시선을 뺏긴 나는 구례 화엄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벌써 피어있는 구절초를 발견하고, 문득 여름이 끝나가는 걸 느낀다. 남은 여름 아껴 써야겠다.

 둥근이질풀은 지천이다. 노고단 오르는 데크에서 누군가 “아! 이쁜 꽃이다”하는데 정말 그 처자처럼 이쁘다. 아고산대(식물의 수직분포에 따라 나눈 해발 1500m~2500m의 지대)에서 꽃을 피워 씨앗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둥근이질풀은 꽃잎에 어떤 장치를 해놓고 곤충들에게 길안내를 맡긴다. 비행장의 활주로처럼 길이 꽃의 중심부를 향하게 한다. 우리들의 눈과는 다르게 색을 인식하는 곤충들에게 꽃잎의 색은 실재와 다르게 보이고 길만이 또렷하게 보인다고 한다. 그 길을 따라가서 꿀을 얻어먹는 대가로 꽃가루를 옮겨준다. 식물과 곤충과의 오랜 협력관계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안개구름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사람들도 꽃들도 아른아른거린다. 노란 곰취 꽃이 봄날 먹었던 곰취 잎과는 너무 다르다. 큼지막하게 너울거리던 모습은 간데없고 키를 올려 노랗게 꽃을 만들었다. 사람들도 꽃 같다. 새 같다. 알록달록 옷들과 쫑알대는 얘깃소리와 행복한 얼굴이 꼭 지리산에 피고 지리산에 사는 꽃 같고 새 같다. 나도 꽃이 되고 새가 되는 날이다. 참 평화롭다.

박계순 <숲해설가·광주전남숲해설가협회>






-8월 27일자 광주드림에서 발췌-



1 Comments
꼭대 2015.03.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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