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칼럼

[지리산댐]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꼭대 |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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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천강변 화산12곡 중에서 양화담 주변 풍경

 

 

 


[
지리산댐]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환경을 앞세우는 듯 보이던 정권이 들어서면서 물 건너 갈 것으로 기대한 지리산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822일 국회에서 지리산댐 건설 추진 여부를 묻는 박완수 의원의 질의에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문정댐(=지리산댐)을 홍수조절용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파나 이념의 구분 없이 정치꾼과 관료들은 본질적으로 건수가 될 만하면 사업을 벌이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권한과 이권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으로부터 나오는데 누가 길을 비켜가겠나. 김현미 장관은 뒤늦게 논란을 수습하기 위하여 환경단체와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정치꾼과 관료들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지리산댐 추진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리산댐의 저지 운동은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지리산과도 관련되어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지난 2016년 신청된 케이블카 설치 안에 대하여 당시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이 내려진 상태에서 마지막 심사 관문이었던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의에서 극적으로 부결되면서 저지된 바 있다. 환경을 지켜야할 환경부가 승인한 환경훼손을 문화재위원회가 살려낸 것이다. 문화의 힘이었다.

지리산댐의 반대 운동 초기에는 수몰예정지에 있는 용유담을 국가명승지로 지정하여 문화재관리법의 보호를 받도록 추진하였으나, 당시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를 비롯한 지리산댐의 추진 세력의 압력으로 실패로 끝나는 바람에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자 문화의 일번지 전남 담양에 있는 소쇄원은 조선 민간정원의 백미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정원은 철저히 계산되고 설계된 인공의 흔적으로 가득 채워져 아름다울지언정 편안하지는 않다. 반면에 우리의 정원은 자연의 풍치를 해치지 않고 주변 임천의 경치까지 끌어들여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절묘하다. 우리 전통 정원의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별 생각 없이 소쇄원에 들어서면 워낙에 산수가 아름다운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특출해 보이지는 않고 그렇다고 일본의 정원처럼 아기자기한 멋도 없어, 좋기는 하지만 조선 정원의 백미로까지 불리는 데에는 갸우뚱 할 수 있다.

소쇄원을 조선 정원의 백미로 끌어올린 것은 자연적 조경에다가 역사적인 가치와 인문학적 조경이 더해져 있기 때문이다. 소쇄원을 드나들며 48가지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장성 필암서원에 배향된 조선 중기 사림의 영수)[소쇄원 48제영(瀟灑園 48題詠)]과 곳곳에 남겨진 송시열의 글씨를 비롯하여 정철, 고경명 등 당대 선비들의 역사적인 시문(詩文)에 담겨 있는 인문학적 가치가 자연경관의 아름다운 맛을 더욱 깊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쇄원은 현재 국가명승 40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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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원의 백미로 꼽히는 전남 담양 소쇄원

 

 

 

[지리99]<엉겅퀴>님이 발굴하고 국역하여 되살려낸 [화산12]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리산댐으로 수몰될 위험에 처한 엄천강변 명소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선현들의 시문(詩文)으로서, 염천강변 명승지의 역사성과 인문학적 가치를 밝히고 있다. 엄천강변을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경관의 수준을 뛰어넘어 옛사람들의 정신세계가 깃들어 있는 문화적 가치가 있는 명승지의 경지로 올려놓은 것이다.

 

지리산댐 저지 운동 초반에 용유담 한곳만 가지고 추진한 국가명승 지정 운동은 힘이 약했을 수 있다. 이제는 용유담에 덧붙여 수몰예정지인 엄천강변을 따라 곳곳에 인문학적 가치를 간직하고 있는 [화산12]이 되살아나 있다. [엄천강변 역사기행]의 자료와 함께 엄천강변 전체에 대한 국가명승지 지정에 결정적인 힘이 될 것이다.

 

지리산댐 저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환경단체에서는 실효성이 있는 [엄천강변 화산12]듸 국가명승지 지정 운동을 추진하기 바라며, [지리99]에서 지원할 것이다.

엄천강변 국가명승지 지정을 위하여, 그리하여 지리산댐 저지를 위하여 지리산을 지키려는 지역 주민이나 산꾼들의 할 일은 입으로만 반대를 외칠 일이 아니다. 선조들이 물려준 엄천강변 화산12곡은 오늘날은 물론이고 후대에게 전해줄만한 보편적인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답사를 통하여 보고 느낀 엄천강변의 역사와 문화와 정서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이다.

 

혼자서도 답사를 할 수 있도록 <백산>님의 감상 포인트 사진과 지형도를 포함하여 <엉겅퀴>님의 상세한 해설이 올려져 있으므로, 엄천강변 답사의 열기로 지리산을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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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천강변의 화산12곡 중에서 병담 부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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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케이블카 그 뒷이야기

 

2016년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에서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부결되면서 설악산을 비롯한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설치 시도가 무산되는 줄 알았는데, 올해 6월에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설악산 케이블카는 불가하다는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잘못되었다.“는 행정심판 결정을 내렸다.

행정심판 결정에 대하여 민간의 전문가로 구성된 문화재위원회는 반발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에 이어 문화재청까지 나서는 것을 보면 정부의 조직적인 개입이 의심되는 정황에서 문화재위원회가 끝까지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 사이 문화재청에서는 상당수 문화재위원들을 교체하고 지난 927일 문화재위원회의 재심의를 개최하였는데, 부결도 아니고 통과도 이니고 애매하게 보류 결정을 내렸다. 작년에 부결했던 것을 1년도 안되어 통과시키기도 입장이 곤란하니 일단 보류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통과로 가는 수순이 아닌가 의심스러운 조치이다.

 

한시름 놓았다 싶었던 국립공원내 케이블카 문제도 다시 논란에 휩싸일 것 같다. 설악산이 무너지면 지리산도 무너질 것인데, 결국 문화의 힘이 권력의 힘에 지고 마는 문화 후진국이 되고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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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엉겅퀴 2017.10.17 11:50  
지리산생명연대에서 "용유담 보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하네요.

○ 때 : 2017.10.20(금) 15:00
○ 곳 : 함양성당
꼭대 2017.10.17 17:38  
화산12곡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여전히 용유담 하나만 가지고 재추진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이 여러 경로를 통하여 주최측에 전달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리99]에 자료 공개 등을 요청하면 기꺼이 협조하겠습니다.

화산12곡을 밝혀낸다고 고생한 <엉겅퀴>님에게 수백번 수고했다는 말로 칭송하는 것 보다,
<엉겅퀴>님이 정리고 널리 알린 명승지를 세상 사람들이 답사하고 느낌을 공유하는 일이 더 큰 보답이 될 것입니다.
노루목2 2017.10.17 23:43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엉겅퀴님의 진심이면 지리산댐은 쉽지 않을거라 믿습니다.
지리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이 많으니 용유담, 지리산은 지켜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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