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칼럼
함양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방로 계획안에 대한 수정 요청
함양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방로 계획안에 대한 수정 요청
류정자(가객)님께서 2019년 [지리99]를 비롯하여 지리산 애호가들과 지정 등산로가 전혀 없는 함양군 휴천면 지역민의 총의를 모아 600년 전 함양 군수 김종직 선생이 지리산을 등정하고 남긴 유두류록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 선양하기 위하여 환경부에 관련 등산로 개방을 요청하는 민원을 접수한 바 있다.
민원의 요지는 600년 전 유두류록의 경로는 현재 길이 묵어 일반 대중들이 산행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구간도 있기 때문에 근접한 경로를 따라가는 기존의 등산로를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방로]로 정비하여 개방하라는 요청이었다.
개방을 요청한 등산로는 김종직 선생이 산행을 시작한 휴천면 동호마을 엄천사지에서 적조암-노장대동 마을터-환희대-함양독바위-신열암터-고열암터-상내봉삼거리-새봉-청이당터-영랑대-중봉-천왕봉이다. 유두류록의 경로 복원의 의미와 함께 함양 휴천면 지역민들과 산악인들의 오랜 염원인 지리산 동부능선의 개방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 검토 결과 개방 요청한 등산로가 13Km가 넘는 등 한꺼번에 개방하기엔 너무 넓은 구역이라는 이유로 함양군을 통하여 반려되었다. 그렇다면, 함양군에서는 최초 민원 제안자인 류정자님께 반려 사실을 통보하고 대안을 협의하여 수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인데, 반려 통보가 엉뚱하게 지역의 기득권층인 토착 상인들과 지주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유두류록≫ 탐구에 전혀 관심도 없던 이들이 일부 지리산 산꾼들과 야합하여 임의 단체를 급조하여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는 엉뚱한 탐방로 경로를 만들고 우스꽝스러운 탐방로 이름을 붙여 함양군에 수정안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수정안을 반영하여 함양군에서 만든 사업추진 계획안인 [지리산국립공원 탐방로 개설 공원계획 변경안 개요]을 보면, 김종직 선생 유두류록의 정체성과 문화적 가치를 왜곡, 훼손하고 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역사적으로 오래 남을 사업인데, 이대로 진행한다면 개설 즉시 반대에 직면하여, 2009년도 함양군에서 지역의 특정인의 말만 듣고 와불산 이름을 급조하여 상내봉에 정상석을 세웠다가 철거한 소동이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음 두 가지 중대한 문제에 대하여 바로잡아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품격 있는 탐방로 개설을 촉구한다.
1. 탐방로 명칭
함양군의 자료에 의하면, 개설할 탐방로의 이름이 [김종직 유두류로길 탐방로] 로 되어 있다. 여기에 정체불명의 [유두류로]가 등장하는데, 아마도 ≪유두류록(遊頭流錄)≫을 변형시켜 ‘록’ 대신에 ‘길 路’자로 대체하여 [유두류로]로 작명한 것으로 보인다.
[유두류록]은 김종직 선생이 600년 전 지리산 등정을 기록한 위대한 저서의 고유명사이다. 함양군에서 탐방로 개설을 추진하는 근본도 ≪유두류록≫이 있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데,
[유두류로길]의 작명은 김종직 선생의 저서 이름을 우스꽝스럽게 비틀었을 뿐만 아니라 [유두류로(길 路)+길]이 붙어 [길]이 중복되어 조잡한 비문(非文)이 되고 있다.
≪유두류록≫을 희화화한 듯 보이는 [유두류로]는 품격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이름이 담고 있는 정체성도 모호하여 일반인이 누가 그 길의 의미를 인식하고 선뜻 가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겠는가.
하동군에서 개설하여 성공한 [서산대사 명상길]과 같이, 정체성이 명확하고 쉽게 대중들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명쾌하게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방로]로 명명을 제안한다.
2. 탐방로의 정체성을 위한 출발지
이번에 개설을 추진하는 탐방로는 김종직의 ≪유두류록≫의 흔적을 따라가는 탐방로이다.
600년 전 김종직 선생이 걸었던 산길이 지금까지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없기에, 그대로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산행 가능한 비교적 안전한 등산로를 엮어 탐방로를 열 수밖에 없는 점은 당연하다.
그런데, 함양군에서 추진하는 탐방로는 벽송사에서 출발하여 벽송사 능선을 따라 상내봉 삼거리로 올라 함양독바위까지 가는 구간이다. 이럴 경우, 탐방로의 절반을 차지하는 벽송사에서 시작하는 벽송사 능선은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산길이다. 초입인 벽송사 부근에 각종 안내판을 설치한다면, 결국 ≪유두류록≫과 전혀 관계없는 곳에 허수아비를 세우는 꼴이다.
앞서 언급한 토착 상인들의 지역 상권 형성을 위한 농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유두류록 탐방로의 전체 구간이 개설되지 못하더라도,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출발점이라도 ≪유두류록(遊頭流錄)≫을 따라야 한다.
김종직 선생이 지리산행을 시작한 곳은 휴천면 엄천사가 있던 동호리에서 엄천강을 건너서 운서리로 올라갔다. 현재 운서리 적조암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를 따라가면 ≪유두류록≫에 직간접적으로 등장하는 노장동마을, 환희대, 선열암을 거쳐 함양독바위, 신열암, 고열암 등 유두류록의 경로를 오롯이 따라가게 된다. 그야말로 ≪유두류록(遊頭流錄)≫의 알찬 탐방로이다.
김종직 선생이 설레는 마음으로 지리산 산행을 시작한 곳에 [김종직의 유두류록 탐방로] 안내판을 설치하여 출발점으로 삼아 함양이 낳은 김종직 선생을 제대로 선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출발 지점 문제는 향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점차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유두류록≫ 탐방로가 김종직 선생이 걸었던 경로를 따라 처음부터 엄천 강변에서 천왕봉까지 (혹은 중간 청이당까지) 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그럴 때 진짜 김종직 선생 탐방로의 중요한 초반 부분은 멀뚱하게 떨어져 있고, 대신 엉뚱하게 벽송사를 출발점으로 되어 있을 탐방로에서 이어진다면 얼마나 조잡한 탐방로가 될 것이며 역사적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두류록≫ 탐방로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위하여 김종직 선생이 산행을 출발했던 운서리 일대 (적조암 혹은 인근)에 탐방로 안내문 등을 설치하여 탐방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하고 향후 탐방로가 연장될 경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