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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화산12곡] 제4곡 : 십주도

엉겅퀴 | 603

   

제4곡 : 십주도(十洲島)

 

둥글거나 길쭉한 바위 스무남은 개가 강 속에 섬처럼 이쪽저쪽 아래위로 흩어져 있다. 대체로 거북이나 자라가 엎드린 형상인데, 물에 반쯤 잠긴 놈, 아예 물밑에 가라앉아 헤엄치는 넘, 목만 내놓은 놈, 엉덩이만 치켜든 늠, 꼬리를 흔드는 놈도 보인다. 어미고래‧새끼고래 상어 같이 생긴 바위도 있고, 물고기 지느러미와 같은 바위, 새끼 거북이나 공룡 알 같은 바위도 드문드문 있고, 등짝에 포트홀을 짊어진 귀부(龜趺 *거북 모양의 비석 받침돌)를 닮은 바위도 보인다.

앞산이 뒷산을 가리듯 흩어진 바위끼리 서로 가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드론을 띄워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바위 모습은 드론으로도 온전히 포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마 물밑에선 서로 연결된 바위도 있으리라. 오륙도처럼 수위에 따라 드러나는 바위의 갯수도 달라진다. 붙어 있는 바위 사이로 파인 바위홈(*홈바위?) 위로 요리조리 흐르는 멋진 물길도 있고, 바위섬 사이로 깊고 시퍼렇게 흐르는 여울목도 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이렇게 바위가 깎여 둥글어지고 매끈해지는 것일까? 몇천년 몇만년 동안의 세월의 흔적, 바람의 사연, 물의 길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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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주도(十洲島)란 이름을 붙였다. 洲(주)나 島(도), 다 섬이다. 큰 섬을 洲, 작은 섬을 島라 한다지만 객관적 기준은 없다. 그래서 洲島는 역전앞처럼 중복되는 말이지만 여러 바위는 크고 작은 것도 있고,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삼각주 외에 洲를 섬이라 하는 경우는 우리에게 익숙치 않으므로 십주(十洲)도 십도(十島)도 아닌 십주도(十洲島)라 하였다.

십주(十洲)는 신선이 산다는 10개의 섬이다. 조주 영주 현주 염주 장주 원주 유주 생주 봉린주 취굴주(祖洲 瀛洲 玄洲 炎洲 長洲 元洲 流洲 生洲 鳯麟洲 聚窟洲). 고대 중국의 설화 《십주기(十洲記)》에 나온다. 각 섬에는 선약(仙藥)과 지초(芝草)는 기본이고 옥루(玉樓 *옥으로 만든 누각)는 보통이다. 또 각 섬에는 저마다 특색이 있다. 이를테면 옥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단술 맛의 샘물 옥례천(玉醴泉)이 있는 영주, 불에 타지 않는 신령스런 짐승 풍생수(風生獸)‧화광수(火光獸)가 있는 염주, 불로장생의 물 현간수(玄澗水)가 흐르는 현주, 무수한 기린과 봉황이 사는 봉린주, 그 향기를 맡으면 죽은 자도 살아나는 반혼수향(返魂樹香)이 있는 취굴주 등, 그 외에도 다양하다.

 

그중 제1주 조주(祖洲)에 관한 내용을 옮겨본다.

「조주는 가까이 동해 가운데에 있고, 땅은 4방 5백리이며, 서쪽 해안에서 7만리 떨어져 있다. 거기에는 불사초가 있는데 모양은 줄풀처럼 생겼고 3~4척으로 자라며, 사람이 죽은 지 3일이 지나도 이 풀로 덮어 놓으면 모두 곧 살아나며 사람이 먹으면 오래 산다.

옛날 진시황 때 대원(大苑)에는 억울하게 죽은 자가 길가에 널렸는데, 까마귀처럼 생긴 새가 이 풀을 물어다가 죽은 사람의 얼굴에 덮어 놓았더니 곧 일어나 앉고 스스로 살아났다. 관리가 아뢰자 시황제는 사자를 보내 풀을 품고 가서 북곽의 귀곡선생(鬼谷先生)에게 묻게 하였다. 귀곡선생이 대답하기를, “이 풀은 바로 동해 조주(祖洲)에 있는 불사초인데 경전(瓊田 *옥밭)에서 나며 혹 이름을 양신지(養神芝)라고도 합니다. 그 잎은 줄풀과 비슷하고 떨기로 나는데 한 포기로 한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하였다.

시황이 이에 개연히 탄식하며 말하였다. “캐어 올 수 없을까?” 그리고는 서복(徐福)을 사자로 삼아 동남동녀 5백인을 거느려 누선(樓船 *망루가 있는 배)에 태우고 조주를 찾아 바다로 들어가게 하였는데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서복은 도사로 자(字)가 군방이며 후에 역시 득도하였다.」(국역 : 엉겅퀴)

祖洲近在東海之中,地方五百里,去西岸七萬里。上有不死之草,草形如菰苗,長三四尺,人已死三日者,以草覆之,皆當時活也,服之令人長生。昔秦始皇大苑中,多枉死者橫道,有鳥如烏狀,銜此草覆死人面,當時起坐而自活也。有司聞奏,始皇遣使者齎草以問北郭鬼谷先生。鬼谷先生云 “此草是東海祖洲上,有不死之草,生瓊田中,或名為養神芝。其葉似菰苗,叢生,一株可活一人。” 始皇於是慨然言曰 “可採得否?” 乃使使者徐福發童男童女五百人,率攝樓船等入海尋祖洲,遂不返。福,道士也,字君房,後亦得道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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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몇 만 리 바다 위 몇 천 리 되는 십주를 지리산 좁은 골짜기 돌덩이 몇 개에다 옮겨놓는 것은 너무 과장이 심하지 않은가?”

나는 이렇게 말하리라. “그대는 장자의, 달팽이의 양쪽 뿔 위에 있는 촉씨(觸氏)와 만씨(蠻氏)의 나라가 싸워 수만 명이 죽고, 패배한 적을 십오 일이나 추격하였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는가? 또 모기의 눈썹 위에 앉아도 모기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초미세먼지 같은) 벌레인 초명(焦螟)이 있다는 열자(列子)의 말을 듣지 못했는가? 태고적에 대춘(大椿)이란 나무는 8천년을 봄으로, 8천년을 가을로 삼았다고 한다. 끝없이 광대한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100년도 못 되는 하루살이 같은 우리 인생, 달팽이 뿔 위나 모기의 눈썹 위나 뭐가 다르겠는가? 어차피 내가 바다 가운데 십주를 얻을 수 없다면 차라리 한적한 계곡 속 바위에 누워 십주라 상상하고 즐기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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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儒學)은 윤리학에 가까운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사상 내지 철학이기 때문에 도가(道家)의 이상세계와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수많은 유자(儒者)들이 이상향을 꿈꾸고 신선세계를 노래하였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 그들이 꿈꾸는 세상과 고통스런 현실과의 괴리‧모순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에겐 현실에서의 불가능한 삶을 대리만족 시켜줄 도피처가 필요했을 것이고,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해줄 또 다른 세상이 필요했으리라. 그리하여 과거를 미화하는 인류의 집단기억인 신화와 전설에서 그 원형을 가져와 거기에 당시대인의 상상이 더해져 수많은 이상향이 탄생된 것은 아닐까?

고대의 찬란했던 황금시대의 기억이나 당대 현실에서의 탈출구는 인간의 보편적인 상상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유가(儒家)와 선가(仙家)의 구분은 의미가 없으리라. 또한 자신을 천상에서 인간세계로 귀양 와서 잠시 머물고 있는 불우한 존재, 언젠가는 떠나왔던 낙원으로 돌아가야 할 존재로 상정하는 것도 일종의 자가 치유법이었다. 그런데 평생을 어슬렁거리며 살아 치유할 것 하나 없는 나는 왜 이런 것에 환장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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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유키 2019.01.09 12:08  
이곳으로 겨울소풍 가야겠습니다.

여망소의 유래는 섬뜩한 사연보다는 망태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꼭 망태기랑 닮았습니다.
다우 2019.01.09 15:05  
난 아우가 찾은 십주도 덕에 곧 조주의 불사초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너무 흥분되고 좋아 미치고 환장할 것 같네....
백산 2019.01.09 16:23  
蝸牛角上爭何事!(‘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위의 글귀를 무척 좋아하는데 십주도 작명 유래를 읽어보니 옛사람들의 뻥튀기가 가관입니다.
여망소 전설은 옥녀봉 전설과 일맥상통하지만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들고요.

재미있네요. ^____^**
가객 2019.01.10 05:35  
여망소의 정확한 이름은 어망소인 듯 합니다.
경상도 사투리(밀양 우리 고향)에 욕이 센 사람들을 두고 어망이 세다고 하는데... 뭐 여망이나 어망이나 전설과도 딱 부합이 되네요.

화산십이곡으로 엄천강의 가치를 태산만큼 올리신데 이어,
이 엄동설한에 신화산십이곡을 위해 고군분투하신 노고에 대한  보답으로 慕華碑라도 하나 세워드려야 할것 같습니다.
엄천강 물 깊이보다 더 깊은 내공으로 또 하나의 엄천강 역사를 펼치시는 이선생께 이 시대의 마지막 유림이라 이름 부쳐드리고 싶습니다
강호원 2019.01.12 18:20  
심웓대를 찾아내고는 그 어원에 대한 고찰이 가히 논문급입니다.
십주도 작명과 해설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리고 사진도 수준급입니다.
백산님 동행하더니 눈이 트이셨는가?


세상만사 부처 아닌 것이 없다는데 불교와 기독교, 도교, 유학을 훤히 꿰며 이상향을
속세의 엄천에서 구현해 내시는 이선생이 그야말로 부처입니다.

아무튼 발품 파시느라 수고하셨고,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강호원 2019.01.12 18:22  
아, 참!
본지 까마득하여 준수한 용모 다까묵었는디 날 잡아 소주 한 잔 하입시다.
신화산12곡 때문에 머리카락 더 빠졌는지 확인도 할겸.

어제 삼천포 갔는데 회맛이 더 좋아졌더라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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