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산행기

권도용, <화은설(華隱說)>

엉겅퀴 | 664

□ 이 글은 앞의 권도용의 『방장산부(方丈山賦)』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같이 딸려 나온 것이다. 『화은설(華隱說)』은 자기 친구 강덕부의 호 화은(華隱)에 대하여, 그리고 그 친구가 화산(법화산) 아래 동강에 은거한 것에 대하여 설명한 글이다. 화산12곡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소개한다.

 

화은설(華隱說)

 

옛날 진희이(*송나라의 전설적인 문인이자 학자, 도사)는 화산(華山)에 은거하였고 엄자릉은 동강(桐江)으로 돌아가 낚시하였다. 나는 늘 그 사람됨을 사모하여 마음이 쏠렸으나 시대가 멀어 쫓지 못하였다. 혹 비슷한 지명을 만나면 아침저녁으로 본 듯하였는데 왜 그런가? 그것은 내가 두 사람이 은거한 그 본래의 뜻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천령의 강덕부君은 나의 오랜 친구였는데, 그 사람됨이 온화하고 기품이 있었으며 무리 중에서 뛰어났다. 그는 법화산 아래 동강 가에 살았는데, 내가 약관 시절 부형을 따라 그 아래 임시로 살 때 서로 거리가 10리 정도로 가까웠다. 혹 때때로 만나면 기꺼이 서로 뜻이 맞았다.

얼마 후 내가 어버이를 여의고 형제를 잃고 남북으로 떠돌다가 위양(*함양)의 옛날에 살던 동네를 다시 찾았지만, 군과는 점점 멀어졌다. 이따끔 시문을 즐기는 자리에서 서로 만나기도 하였고, 또 일찍이 나란히 거창으로 놀러가 수일 동안 애써 소회를 나타내던 날을 돌이켜보니 이미 삼십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군 또한 수 차례 책상자를 옮겨가며 항상 옛터에 살지는 않았지만 일찍이 호를 화은(華隱)이라 하여 근본을 잊지 않았다. 내가 군을 보면 화산을 추억하지 않을 수 없고 군이 동강에 산 것이 오래되었으니 부형을 잊을 수 없다.

왕년에 군은 대산(臺山 *석대산)의 골짜기로 나를 찾아와 지난날에 이어 쌓인 사연을 쏟아내고는 화산설을 지어달라는 뜻을 나타냈다. 나는 그런 일에 능하지 못하므로 글을 지을 재주가 없다는 것으로 사양하였는데, 화산을 언급하면 부형이 생각나 새삼 슬픔이 깊고 커지는 것을 군은 알지 못한 것이다.

아, 내가 삼락의 첫 번째(*부모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 다 무고한 것)를 누려 이곳에서 길이 모시게 되었다면 화산을 반씩 나눠 누리자는 약속이 장차 이루어져 군 혼자 독차지하지는 못했으리라. 그렇게 되지 않아 화산은 군 혼자 마음껏 차지했고 동강에서 솔솔 부는 바람은 옷 사이로 스며들어 자나깨나 이 두 가지(*화산과 동강)를 누리고 있으니 만년의 사표가 될 만하다. 그런즉 본보기가 되는 요체는 무엇일까, 나는 말한다.

“시세(時勢)를 아는 것은 진희이·엄자릉 두 대가의 본래의 뜻을 배우는 것이니 진실로 좋다. 오늘날 자취를 숨기고 때를 기다리며 세상을 잊는 것은 상서로운 징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華隱說

昔陳希夷隱華山嚴子陵歸釣桐江余常慕其爲人鄕往而遠莫追焉或遇地名之相近則若朝暮焉何也以其本領好也天嶺姜君德夫余之舊交爲人溫雅和而不群居法華山下桐江之上余弱冠隨父兄寓其下相距十里而近或時遘止則忻然相得也旣而余泣風樹斷枯荊漂泊南北復尋渭陽故里與君稍闊然往往相遻於文讌之席又嘗聯鑣濟昌數日亹亹寫懷追溯之已屬三十年前事君亦屢遷書箱不恒居舊址嘗號以華隱不忘本也吾之見君未嘗不憶華山以君居桐江蓋久已則以父兄而不能忘也往年君訪我於臺山之峽連昔寫盡積襞因要爲華山說以紓己志余辭以不能非故不能纔及華山念父兄而疚懷君蓋不喩也噫使余得享三樂之首而永奠于此則將成華山分半之約而君不得專有之惟其不然故華山之勝獨擅於君而桐江之風拂拂襲巾服間寤寐二子噬可爲晩年師範也然則師範之要柰何曰知時識勢爲學之大方二子本領固好在今日當晦迹以俟時姑以修養忘世爲貞符可也  (원문 : 경상대 문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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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사진을 바탕으로 재미 삼아 그려본 독립정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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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소 위에서 바라본 칠리탄

 

 

3 Comments
강호원 2017.12.13 07:47  
이 글을 보니 이 선생의 금농설이 떠오릅니다. ㅎ

잘 봤습니다
.
강태공 2017.12.13 20:57  
독립정 상상도를 찾아 떠나고 싶습니다
가객 2017.12.14 05:35  
바보가,  독립정이 낮선 풍경이라 한참 찾아헤맸네.ㅋ
.상상도 쓸데가 있어 모셔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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