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사람

<서산>대사의 지리산 자취 – 6. 선(禪)사상의 토양을 다진 [하철굴암(下鐵窟菴)]

꼭대 | 5442

   

 

지리산 골짝에 있었던 [철굴암]이 사료에 처음 등장하는 곳은 1531년도에 [철골암]에서 간행되었다는 사실을 기록한 [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인데, 현존하는 고간본으로는 1611년 능인암 간행본에 앞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선문보장록]이란 고려시대 선승이었던 <진정>대사가 1294년에 지은 책으로서, 석가 이래 중국의 선승들을 거쳐 선문(禪門)에 전해져 내려오는 여려가지 어록을 발췌한 것으로 선사상을 공부할 수 있는 주옥과 같은 글들을 모아 집대성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이 [철굴암]에서 간행된 해가 1531년인데 1540년대 초 20대인 <서산>대사가 [삼철굴암]에서 3년간 공부를 하였으니 당연히 이 책이 <

>대사의 사상적 기반을 다지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실제, 이후 <서>대사의 많은 저술에 [선문보장록]의 내용이 많이 인용되기도 하거니와, <서산>대사의 대표적인 저서이며 동시에 15세에

지리산에 첫발을 디딘 이래 2차에 걸쳐 18년 동안 머문 지리산을 미련 없이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계기가 된 숙명적인 책이 [삼가귀감(三家龜鑑)], 기본적인 형식에 있어서는 [산문보장록]을 따라 선승들의 어록의 요체를 뽑아 저술한 책이었으니 20<서산>대사에게 체계적인 선사상의 토양을 공급하며 중요한 영향을 끼친 곳이 바로 [철굴암]이다.

 

 

 

[삼철굴암] 중에서 목판 인쇄를 할 여건을 고려한다면 경사 가파른 산길을 따라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철굴암] [중철굴암]은 적절치 안아 보이고, 의신사에서 평지와 같은 길을 따라 가까이 있는 [하철굴암]에서 불경 간행 작업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

 

 

이와 같이 <서산>대사가 조선불교 선종(禪宗)의 법맥을 잇고 있는 <부용>대사 밑에서 불교에 입문한 후에 [삼철굴암] 3년을 머무는 동안 많

은 불경들을 통하여 선사상을 정립하여 후일 대선사가 되면서 숭유억불 정책으로 고사직전에 있던 조선 불교를 지켜내고 일으킨 중흥조로서 숭

상되는 기반을 다진 곳이 바로 [하철굴암]이라 할 것이다.

 

 

 

 

 

[하철굴암]은 의신에서 삼정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암자인데, 국립지리원 지형도에 [철굴암]으로 표기된 곳이 [하철굴암터].

그런데 지금은 철문이 꽉 닫혀있고 아무 기척이 없다.

 

지형도에는 [철굴암]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의신마을 사람들은 [용화정사]라 부르고 있고 입구에는 [지리산 용화정사 일명 철굴암]이라 새

겨진 낡은 표지석이 넝쿨에 반쯤 가려져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름을 따다 붙인 [철굴암]이란 암자가 오래 전에 있었고 다시 용화정사가 들어섰다가 몇 해전에 개인에게 양도하여 지금은 사찰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개인의 별장으로 사용 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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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신에서 삼정으로 가다 보면 표지목 12-02 바로 뒤로 하철굴암터에 자리 잡았던 용화정사가 보인다.

  빗점골 계류를 발 아래 두고 당재를 바라보며 남향을 하고 있는 지형은 푸근하게 명당이지만 멋없는 건물이 들어서 있을 뿐 아니라 아예 출입이 폐쇄되어 <서산>대사의 자취를 더듬어 볼 수 없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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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위 뒤에 자리했던 하철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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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잠겨진 대문 옆에 낡은 표지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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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굴암, 중철굴암, 하철굴암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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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철굴암 위성도

 

    

 

 

 

 

 

**참고문헌

1.     화개면지편찬위원회 - [화개면지]

2.     하동군 - [서산대사 유적지 정비사업 계획서]

3.     <서산대사> - [청허당집]

4.  하동문화원 - [하동군지명지]

5.  진주문화원 - [국역 진양지]

 

 

1 Comments
무착대 2011.12.02 13:14  
역사적이고 그리고 서산대사의 발자취가 있는 하철굴암이
개인의 별장으로 만들어져서 굳게 닫힌 철문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뜻있는 사람이 제대로 복원했어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리산행을 하며 무심코 지나던 모든것이 옛사람의 발자취가 남아 있었다는 것을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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